IOC 선수위원 도전 박인비 "워킹맘의 힘 보여줘야죠"

◆둘째 가진 상태로 유세전
감기로 계획보다 늦은 22일 파리行
워킹맘 참여 확대 등으로 표심 공략
출전국 국기·선수·인사말 등 공부
"후배들, 올림픽 노력 믿고 즐기길"

IOC 선수위원에 도전하는 박인비. 오승현 기자

박인비와 남편 남기협 씨. 오승현 기자

“아이와 함께 뛰는 만큼 엄마의 힘을 보여줘야죠.”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인 최초의 여성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도전하는 ‘골프 여제’ 박인비(36)가 건강하게 완주하면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박인비는 22일 오전 파리로 출국해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시작한다. 박인비는 당초 이달 16일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었으나 감기 몸살 증세로 출국 일정을 미뤘다. 혹시나 선수들에게 피해를 줄까 싶어서였다. 그 사이 후보들의 선거운동은 선수촌이 문을 연 18일부터 시작됐다. 계획보다 출발이 늦어진 박인비는 그동안 ‘유세 전략’ 등을 다시 한번 꼼꼼하게 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 남기협 씨, 매니지먼트 관계자와 동행하는 박인비는 선수촌 숙소는 물론 외부에도 별도 캠프를 마련하고 그때그때 필요한 부분을 채울 계획이다.


이번 IOC 선수위원 최종 후보는 총 32명(여성 18명·남성 14명)이다. 올림픽 기간 동안 선수들의 투표를 거쳐 상위 득표자 4명이 8년 임기의 새로운 IOC 선수위원에 당선된다. 한국에서는 문대성(태권도)이 2008년 베이징에서 처음 당선됐고 2016년 리우 대회에서 뽑힌 유승민(탁구)이 이제 임기를 마친다. 박인비가 뽑히면 한국 여성으로서는 최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메이저 7승을 포함해 통산 21승을 거둔 박인비는 스스로를 ‘완벽주의자’라고 부른다. 극심한 슬럼프와 부상으로 모두가 ‘안 된다’ ‘포기하라’고 말리던 2016년 리우 올림픽 때도 코치를 맡은 남편과 철저하게 준비해 금메달을 목에 걸며 사상 최초로 4개 메이저 우승에 올림픽 금메달을 보태는 ‘골든 커리어 슬램’을 달성했다.


이번에도 박인비는 각 출전국의 국기, 선수 규모, 인사말 등의 자료를 취합해 공부했다. 박인비는 “모든 선수들이 예민한 시기라서 그 나라의 인사말을 건네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선수와 마주칠 때마다 ‘아이 콘택트’를 하면서 내가 그들을 위해 열정적으로 일할 후보라는 것을 알리겠다”고 했다. 박인비는 선수들을 위한 환경 개선, 종목의 다양성과 지속성, 워킹맘의 참여 확대 등에 대해 어필할 계획이다.


지난해 첫딸을 낳은 박인비는 최근 둘째 임신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대회 기간 날이 덥다고 한다. 아무래도 체력 안배를 해가면서 효율적으로 선거운동을 해야 할 것 같다”는 그는 “두 아이의 엄마, 여성으로서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골프에서나 올림픽에서나 난 막연히 우승할 거라고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승패 확률은 언제나 반반이다. 딱 1% 차이로 갈리기도 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며 의지를 다졌다.


‘선배 올림피언’ 박인비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올림픽은 운동선수로서 살아가는 데 큰 디딤돌이 될 거예요. 메달 획득과 별개로 지금까지 했던 과정은 충분히 보상받을 거라고 믿습니다. 자신이 도전할 수 있는 자리에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올림픽이라는 무대를 즐겼으면 해요.”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