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에 비해 인기가 시들해진 월드코인(WLD)이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홍채를 인식하고 ‘월드 ID’를 받으면 공연 티켓 선예매 혜택을 주는 등 실사용 사례를 발굴해 월드 ID 이용자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또 보안 업체를 고용해 주기적으로 감사를 받고 홍채 데이터를 모두 삭제하는 등 개인정보 보호 문제 해결에도 나섰다. WLD를 사칭한 사기를 주시하며 한국의 규제를 준수한다는 방침이다.
WLD 개발사 툴스포휴머니티의 김동완 글로벌 재무 총괄은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에서 디센터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툴스포휴머니티는 미국, 독일, 싱가포르에 법인을 뒀다. 회사에서 유일한 한국인인 김 총괄은 WLD의 전반적인 재무 업무와 한국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김 총괄의 가장 큰 고민은 시들해진 WLD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이다. 올해 초 서울 곳곳에 위치 홍채 인식 카페는 WLD를 받으려는 사람들로 넘쳤지만 지금은 방문객이 현저히 줄었다. 김 총괄은 “한국 월드 ID 가입자는 다른 국가에 비해 많이 적다”며 “한국인이 누릴 혜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홍채 카페를 찾을 강력한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총괄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건) 최근 WLD 가격이 많이 떨어진 탓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빗썸에서 1만 6300원까지 치솟았던 WLD 가격은 19일 기준 3633원에 거래됐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김 총괄은 월드 ID를 일상에 적용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인터파크티켓, 예스24 등 티켓 판매사와 협업, 월드 ID를 보유하면 인기 가수의 공연 티켓을 사전 예매하도록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김 총괄은 “아직 구상 중이지만 실현된다면 월드 ID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며 “WLD도 실사용 사례가 없으면 단순히 코인으로만 남기 때문에 한국 기업과 협업할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홍채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일자 보안 강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김 총괄은 “보안 감사 업체 세 군데를 고용해 개인 정보 처리 과정, 스마트 컨트랙트에 취약점이 있으면 개선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브에 인식된 홍채 데이터도 월드 ID가 생성되는 즉시 폐기한다. 김 총괄은 “예전에는 홍채 데이터 보관에 동의한 이용자의 홍채 정보를 따로 보관했으나 올해 초 개인정보 관련 문제가 불거지자 해당 데이터도 모두 없앴다”고 설명했다. 월드 ID도 이용자가 원하면 삭제할 수 있지만 반년 동안 다시 가입할 수 없다.
김 총괄은 최근 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WLD 사칭 사기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홍채를 인식하면 가상자산 또는 금전을 준다고 현혹한 뒤 가짜 가상자산을 판매하는 사기 수법이 등장하고 있어서다. 김 총괄은 “해외에서도 WLD를 사칭한 사기 사례가 종종 있다”며 “대가로 금전을 지급하겠다고 현혹하면 일단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WLD는 무료다. 카페에 방문해 오브에 홍채만 인식하면 끝“이라며 “홍채 카페에서도 자체적으로 사칭 사기와 관련해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드코인은 한국에서 19일 투자자 보호를 골자로 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가상자산 발행·공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면 관련 규제를 적극 준수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총괄은 “현재 한국에는 월드코인 지사가 없지만 정부가 요구하면 언제든 법인을 설립할 준비가 됐다”며 “가상자산 관련 규제에 위반되는 부분은 없는지 항상 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WLD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의 창시자 샘 올트먼이 만들었다. ‘오브’에 홍채를 인식하면 개인 식별 코드(월드 ID)를 부여하고 WLD를 지급한다. 미래에 인간과 AI를 홍채로 구분하고 AI에 밀려 일자리를 잃은 사람에게 기본소득으로 WLD를 제공한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