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 계좌 수가 올 들어 500만 개 가까이 늘면서 벌써 7500만 개에 이르렀습니다. 상반기 증시가 활황을 보이면서 다시 주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이는데요. 코로나19 당시 ‘동학 개미’의 저력으로 코스피를 3300까지 들어올렸던 개인들은 이제 채권, 선물, 해외 주식 등으로 눈을 넓히는 모습입니다. 오늘 선데이 머니카페에서는 상반기 증시 활황을 이끌어온 요인들이 앞으로도 유효할지 짚어보겠습니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거래활동계좌 수는 18일 기준 7410만 3219개를 기록했습니다. 이달 1일 7377만 5505개에서 3주 만에 30만여 개가 증가한 수치입니다. 주식거래활동계좌 수는 지난 5월 28일 7306만 6095개를 기록했는데, 2개월도 채 되지 않아 100만여 계좌가 불어난 것이죠. 추세대로라면 올 3분기 안에 7500만 개를 돌파할 것이 확실해보입니다.
주식거래활동계좌는 10만 원 이상의 금액이 들어 있으면서 최근 6개월 동안 거래에 한 번 이상 쓰인 계좌를 말합니다. 개설만 하고 거래가 없는 계좌는 제외한 수치라 실제 투자자 수를 가늠하는 지표로 쓰이죠. 주식거래활동계좌는 2022년 2월 6000만 개, 올 1월 7000만 개 돌파한 뒤 꾸준히 증가해왔습니다.
금융 투자업계에서는 주식 계좌 수가 급증한 배경으로 증시 상승세, 금리 인하 기대감 등을 꼽았습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올 들어 국내외 증시가 활황을 보이면서 주식에 손을 놓고 있던 개인 투자자들이 다시 투자를 재개하는 경우가 늘어난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춤하긴 했지만 코스피가 2900선 목전까지 오르고 반도체·기계 등 분야에서 신고가를 경신한 종목들이 늘면서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며 “미국의 기준 금리가 지난해 말부터 인하 기조로 돌아선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죠.
실제 코스피 지수는 올 1월 2440대까지 떨어졌다가 이달 2890선까지 상승했습니다. 최근 주춤하기는 했지만, 아직 2800 언저리에 머물고 있죠. 뉴욕 증시는 더욱 뜨겁게 타올랐습니다. 기술주 중심으로 구성된 나스닥 지수는 올해 1만 4700대에서 출발해 최근 1만 7700선까지 올라섰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도 4700대에서 시작해 5500대까지 상승했죠. 인공지능(AI) 산업의 발전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반도체, 소프트웨어 빅테크 관련 종목을 중심으로 자금이 몰렸습니다. 해외에서는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메타플랫폼스 등이, 국내에서는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반도체 후공정), HD현대일렉트릭(전력 설비)등이 사상 최고가를 찍었죠.
지난달 연말 종가부터 이달 19일까지 상승률을 비교해보면, 나스닥이 18.09%로 가장 많이 올랐고 S&P500이 15.41%, 코스피는 5.28% 상승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국내 주식을 넘어서 해외 주식, 선물, 채권 등으로 투자처를 넓히는 모습입니다.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주식·채권) 보관 금액은 18일 기준 1334억 1193만 달러(약 185조 6427억 원)로 역대 최대치입니다. 최근 들어 연일 사상 최대를 경신하고 있죠. 물론 이중 미국 주식이 903억 8188만 달러(약 125조 7664억 원)로 비중이 앞도적으로 높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한 달간 TIGER 미국30년국채프리미엄액티브(H), KODEX 미국30년국채+12%프리미엄(합성H),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상장지수펀드(ETF)도 각각 892억 원, 545억 원, 291억 원씩 순매수했습니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여 금리가 떨어지면 가격이 오릅니다. 오는 9월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채권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증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들은 삼성전자 선물을 이달 들어 18일까지 8505억 원을 순매수하는 등 개별 종목 선물 투자도 활발히 나서고 있습니다.
사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코스피가 하반기 3000을 넘을 수도 있다는 등 ‘장밋빛 전망’이 파다했습니다. 그러다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피격 사건으로 당선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국내외 증시가 모두 후퇴했죠.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대만의 반도체 기업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자 그동안 지수 상승을 이끌었던 빅테크 대형주들이 큰 하락세를 맞았습니다.
투자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2분기 실적 결과에 따라 증시가 재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이 연구원은 “트럼프 리스크는 명분일 뿐, 조정이 강하게 나타나는 이유는 그 동안 미국 기술주에 쏠렸던 상승이 가팔랐기 때문”이라며 “결국 중요한 것은 펀더멘털(기초여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AI 관련 빅테크 종목들이 지나치게 많이 올라 마침 조정이 필요했던 시점이라는 의미죠. 이 연구원은 그러면서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4.2%로 떨어지는 등 통화시장의 유동성은 여전히 양호하다”며 “글로벌 자금이 순환매하는 유동성 환경 속에서, 코스피가 실적을 통한 펀더멘털이 증명되면 매력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목해야 될 종목으로 반도체, 기계, 조선, 방산, 원전을 꼽았습니다. 그는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AI 위주의 쏠림 현상에 대한 피로와 트럼프 당선 가능성 등이 부각되며 빅테크 조정, 중소형주 상승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데, 변동성이 단기간에 지나치게 빠르게 높아졌다”며 “실적 발표를 계기로 시장의 분위기가 반전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오는 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테슬라·비자·코카콜라·퀄컴·아마존이 실적 발표를 할 예정입니다. 국내 기업들 중에서는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물산·삼성전기·SK하이닉스·LG에너지솔루션·기아·신한지주·HD현대중공업·SK이노베이션이 실적을 발표합니다. 2분기 실적 결과에서 어떤 기업들이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을 발표하고, 어떤 기업들이 그러지 못했는지 유심히 살펴보면 산업과 증시의 흐름도 가늠해볼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