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가 17년 전에 비해 70%나 많아졌지만 지수는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종목 수가 너무 많다는 문제의식과 함께 평판리스크가 결국 지수 등락에 영향을 준 것이라고 분석한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은 이달 19일 828.72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07년 연중 코스닥 최고치인 828.22(2007년 7월 12일)와 같은 수준이다.
코스닥시장의 상장사와 시가총액은 지속해서 늘었지만, 정작 지수는 17년째 정체돼있다. 시가총액은 2007년 100조원 규모에서 현재 404조원으로 4배 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상장 회사 수는 1023개사에서 1739개사로 69.6% 늘었다. 코스닥지수는 2021년 1000포인트를 돌파하기도 했지만 다음해 600대까지 밀렸고, 올해 들어서는 작년 말 대비 3.61% 하락한 상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식도 결국 수요와 공급 원칙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코스닥 상장사가 많으면 가격(주가)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코스닥시장 종목 수가 너무 많다는 문제의식과 함께 평판 리스크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은 상장사를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다. 코스닥시장이 출발한 1996년 기준 코스피 상장사는 760개에서 현재 842개로 10% 증가에 그친 반면, 코스닥 상장사는 341개사에서 1739개로 409% 늘었다. 코스피 지수가 장기적으로는 부진하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코스닥보다는 선방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 주요국 시장은 미국 나스닥시장(3600여개)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코스닥시장보다 상장사 수가 적다. 최근 밸류업에 성공한 도쿄 증권거래소 '그로스' 시장에는 상장사가 588개사로 코스닥시장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 시장은 일본 신흥·벤처기업이 참여한다. 영국 대체투자시장(AIM)과 대만 그레타이증권시장(GTSM)에는 각각 725개, 778개 회사가 상장된 상태다. 이 또한 코스닥시장의 절반 수준에 못 미친다.
한국거래소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상장 기업이 총 2600개 정도 되는데 주요 선진국 대비 상장기업 수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좀비기업에 대해서는) 원칙에 입각한 정리가 이뤄져야 다른 건전한 기업으로 투자 수요가 이동할 수 있다"며 부실기업의 증시 퇴출을 강조했다.
과다한 상장 기업 수가 정보 비대칭성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한 차례라도 애널리스트 분석이 이뤄진 코스닥 종목은 총 568개로 전체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증권사 리포트가 일부 종목에 편중되고, 제대로 된 정보로 기업 가치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보니 코스닥에서는 '데이트레이딩'(당일 매매)이 기승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스닥 거래대금에서 데이트레이딩이 차지하는 비중(6월 13일 기준)은 57.1%로 2005년 관련 집계를 시작한 뒤 최고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