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보안 문제로 제3의 장소 선택"…새벽 1시반까지 '진실공방'

[김건희 여사 조사 어떻게 진행됐나]
주가개입·청탁여부 장시간 물어
김여사 측 "성실하게 조사 임해"
檢, 기소 결정 앞두고 부담 커져
野 "마음대로 소환쇼 연출" 비판
대통령실 말 아껴…與 "엄정수사"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를 불러 12시간가량 조사하면서 예의 주시한 부분은 최재영 목사로부터 받은 명품 가방 등의 선물이 ‘청탁’과 연관이 있는지 여부다. 또 4년 가까이 수사가 진행 중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서 김 여사가 실제 ‘전주’ 역할을 했는지도 주요 수사 포인트다. 김 여사 측은 ‘성실히 조사에 임해 사실 그대로 답변했다’는 입장이나 법조계 안팎에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및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둘러싼 양측 사이의 첨예한 ‘진실 게임’이 펼쳐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20일 김 여사를 대면 조사했다. 사상 첫 현직 대통령 영부인 조사가 이뤄진 것은 서울중앙지검 관할 내 정부 보안 청사다. 경호·보안상의 이유로 제3의 장소를 선택했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김 여사에 대한 대면 조사는 전날 오후 1시 30분부터 시작됐다. 약 12시간에 걸쳐 장시간 조사가 진행되면서 이튿날 오전 1시 30분께 마무리됐다. 조사는 검찰의 요청에 따라 김 여사 측이 제출한 70쪽 분량의 서면 답변서를 토대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12월과 지난해 두 차례 김 여사에게 서면 질의서를 보냈으나 필요한 수준의 답변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조사의 시작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으로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이 직접 맡았다. 검찰은 김 여사를 상대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왜 보유했는지 또 본인 계좌가 주가조작 거래에 쓰인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범과의 관계 등도 캐물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 고발로 촉발된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은 김승호 형사1부장이 직접 조사에 나섰다. 핵심은 최 목사로부터 어떻게 명품 가방 등을 받았는지와 직무 관련성 여부였다. 검찰은 최 목사가 건넨 명품 가방, 화장품 등이 청탁과 연관이 있는지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김 여사 측은 최 목사가 2022년 9월 13일 선물한 명품 가방에 대해 ‘포장지 안에 든 내용물을 확인한 뒤 돌려주라고 지시했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목사가 김창준 전 미국 하원의원의 국립묘지 안장을 청탁한 데 대해서는 ‘보고 받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이는 최 목사가 건넨 명품 가방은 단순 선물로 직무 관련성이 없고 직원에게 반환 지시를 했으나 직원의 업무상 실수로 돌려주지 못한 채 포장 그대로 보관해왔을 뿐이라는 기존 입장과 같은 맥락이다.


김 여사를 제3의 장소에 불러 대면 조사하기는 했으나 검찰은 더 큰 과제를 눈앞에 두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및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수사가 막바지에 이른 만큼 김 여사를 재판에 넘길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김 여사를 기소할 경우 대통령실과 여당 등의 거센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공소 유지도 검찰이 떠안아야 할 부담 요소다. 반면 재판에 넘기지 못하면 검찰은 봐주기, 눈치 보기 수사는 물론 ‘수사 역량이 부족하다’는 등 야권의 집중 포화를 받을 수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경우 문제가 제기된 지 4년여가 흘렀다. 해당 의혹으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항소심 결론이 9월 12일에 나올 정도다. 핵심 피고인 가운데 한 명인 권 전 회장의 2심 결론까지 임박한 상황이라 검찰이 김 여사에 대해 ‘죄가 없다’고 결론을 낼 경우 ‘쓰나미’급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고발이 이뤄진 지 이미 7개월이 지났다. 게다가 야권을 중심으로 이른바 ‘검찰개혁 시즌2’까지 예고돼 있어 검찰은 향후 기소·불기소 결정에 따라 ‘풍전등화’의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정치권도 이미 김 여사 조사 장소 등을 두고 공방이 한창이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유명 배우와 야당 대표는 물론 전직 대통령도 수차례 섰던 검찰청 포토라인을 김 여사 혼자만 유유히 비켜갔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회의 탄핵 청원 청문회를 앞두고 마음대로 소환 쇼를 연출한 김 여사는 대한민국 법치 체계 위에 존재하냐”고 비판했다.


반면 대통령실과 여당은 말을 아꼈다. 대통령실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필요할 경우 김 여사의 법률 대리인이 입장을 밝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전했고 조지연 국민의 힘 원내대변인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도 특혜성 시비 차단에 나섰다. 원희룡 당 대표 후보는 비공개 조사가 특혜 아니냐는 지적에 “영부인은 경호 대상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현 후보 역시 “중요한 것은 조사 장소가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라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동훈·나경원 후보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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