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부실PF 매각 '저축銀 시간끌기' 막는다

◆당국, 경·공매 재입찰 주기 '3개월→1개월' 추진
시세 웃도는 최저입찰가 책정 등
사업장 처리 소극적 저축銀 압박





금융 당국이 저축은행의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경·공매 입찰가 조정 주기를 기존의 석 달에서 한 달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저축은행들이 부실 PF 사업장의 최저 입찰 가격을 시세보다 훨씬 높게 책정해 ‘파는 시늉’만 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당국은 미매각 PF 사업장의 경·공매 최저 입찰 가격을 한 달마다 낮추면 가격이 빠르게 시장가에 접근해 매각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는 “오히려 매각이 지연될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당국은 “업계가 온갖 꼼수를 동원해 부실 PF 사업장 처리를 늦추고 있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저축은행 PF 사업장 경·공매 처리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 PF 사업장 평가 기준 개정을 발표한 데 이어 경·공매 절차 방식도 구체화해 처리 속도를 높이려는 것이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부실 PF 사업장의 첫 경·공매가 유찰된 경우 한 달 주기로 경·공매 절차를 다시 밟도록 하는 안이다. 현재 부실 PF 사업장의 경·공매 주기인 3개월을 3분의 1로 대폭 단축하려는 것이다. 유찰된 물건에 대해 경·공매를 다시 진행할 경우 직전보다 최저 입찰가를 낮게 책정해야 하기 때문에 매달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금융 당국이 부실 PF 사업장 처리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려는 것은 저축은행이 매각에 소극적인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경·공매 최저 입찰가를 시장가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매겨 사실상 매각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조금만 더 버티면 보다 좋은 조건에 정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는 저축은행들이 아직도 꽤 있다”면서 “PF 시장 정상화를 위해 금융사의 손실 분담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저축은행 업계는 금융 당국의 방안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시간만 지나면 가격이 떨어질 물건을 누가 매수하겠냐는 것이다. 한 수도권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는 “시간이 갈수록 값이 내려가는 물건을 누가 사려고 달려들겠느냐”며 “최근 부동산 시장 회복 기대감에 경·공매 물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인데 가격 조정 주기 단축은 찬물을 끼얹을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