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56년 만에 현직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후보 교체라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임기 종료까지 183일, 민주당 전당대회까지 29일을 남겨두고 이 같은 결정을 발표했다.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이는 1968년 린든 B. 존슨 대통령(민주·제36대)이 임기 종료 295일 전, 당 전당대회 148일 전 재선 도전을 포기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전에는 해리 S. 트루먼 대통령(민주·제33대)이 1952년 3월 29일, 캘빈 쿨리지 대통령(공화·제30대)이 1927년 8월 2일 각각 재선 도전을 포기한 바 있다.
존슨 대통령은 베트남 전쟁 악화로 미군 사상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당시 민주당 내부는 베트남 정책을 두고 분열돼 있었고, 존슨 대통령은 베트남 정책 전환과 함께 대선 불출마를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는 존슨 대통령의 건강 문제도 주요 배경이 됐다. 그는 상원의원 시절인 1955년 심장마비로 생(生)의 위기를 겪기도 했다. 퇴임 4년 후인 1973년 그는 64세의 나이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트루먼 대통령은 뉴햄프셔 주 예비선거에서 패배한 뒤 재선 도전을 포기했다. 한국전쟁이 장기화와 정부 내 부패 확산, 경기 침체 등으로 당시 그의 지지율은 20% 초반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현직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라는 쉽지 않은 결단에도 불구하고 1952년과 1968년 대선에서 민주당은 모두 공화당 후보에 패했다. 1952년 대선의 경우 존슨 대통령 후임으로 후보가 된 휴버트 험프리 부통령이 공화당 리처드 닉슨에 패했고, 1968년에는 트루먼 후임으로 당시 일리노이주지사였던 애들라이 E.스티븐슨이 등판했으나 공화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발표로 민주당은 반세기 만에 또 한번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투표일까지 4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다. 총격 피습 이후 기세를 올리고 있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맞설 수 있으면서 당내 결속력을 유지할 수 있는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점에서 민주당에는 ‘바이든 후보 사퇴’ 만큼이나 쉽지 않은 과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