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프라는 ‘부산 이전’ 완료…소프트웨어는 어쩔 건가

부산촬영소 착공으로 20년만에 ‘부산행’ 일단락
영화제작사, 자본 및 인력 확보 어려움은 여전해
‘영화도시’ 아닌 ‘영화촬영도시’ 불과하단 불만도
유인촌 “정부·부산시 힘을 합해 영상도시로 가자”

18일 부산시 기장군에서 진행된 ‘부산촬영소 건립 착공식’에서 유인촌 문체부 장관, 박형준 부산시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문체부

공공기관 지방이전 사업의 일환으로 영화진흥위원회의 부산 이전이 결정(2005년 6월 24일)된 이래 20년 만인 지난 7월 18일 영진위 부산촬영소가 부산광역시 기장군에서 착공식을 가졌다. 영진위 본사와 산하 한국영화아카데미가 부산으로 이미 옮겨와 활동을 하고 있고 이번에 착공된 부산촬영소까지 2026년 오픈을 예상하면서 영화·영상 인프라의 부산 이전 작업은 일단락 된 셈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당초의 기대와는 달리 부산이 ‘영화도시’로 완성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일부에서는 부산은 ‘영화도시’가 아닌, ‘영화촬영도시’일 뿐이라고 자조하기도 한다. 물론 영화촬영도 변화무쌍한 날씨를 반영하면 부산이 꼭 최적지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영화 제작사와 투자사의 90%가 서울에 있는 상황에서 영화 소프트웨어의 부산 확보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문체부 산화 영화 담당 기관인 영진위가 부산으로 이전한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했다. 2005년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과정에서 다른 지역도 거론됐지만 결국 부산으로 낙점이 됐다. 앞서 ‘부산국제영화제(1996년 첫 개최)’라는 국제적인 행사가 이미 부산에서 진행되고 있어 인지도가 높았고 부산시가 전축 최초로 영상위원회(부산영상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가점이 됐다.


영진위의 부산 이전을 모두가 반겼던 것은 아니다. 영진위(2013년 부산 이전)와 한국영화아카데미(2018년 부산 이전)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소속 영화촬영소(남양주종합촬영소)의 이전이 문제였다. 수도권 소재 영화인들이 편리한 그곳의 지방 이전에 반대를 한 것이다.


물론 정부사업이니 진행은 됐다. 우여곡절 끝에 2019년에야 남양주종합촬영소가 민간에 매각됐고 그 대금으로 부산촬영소의 건설계획이 본격화됐다. 이번에는 이를 세울 부산 지역이 문제였다. 건설 대상지였던 부산 기장군과의 논쟁에 시간이 흘러갔고 2015년 ‘글로벌 영상인프라 건립사업 업무협약’ 체결된 지 9년 만인 올해 5월에야 첫 삽을 뜬 것이다.


부산촬영소 건설이 본격 시작됐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허송세월을 보내면서 건축비는 올라갔고 이에 필요한 당초 시설 요구안의 절반밖에 만들이 못하게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부산시는 이번 1단계에 이어 2단계 공사에서 이를 만회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두고봐야 한다. 부산시는 부산촬영소 부지 인근에 ‘부산 OTT 스튜디오’ 까지 건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19일 부산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지역 영화인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문체부


부산 이전할 인프라는 이로서 완료된 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이 순조로운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인프라를 움직일 소프트웨어다. 19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진행된 부산 지역 영화인 간담회에서도 이런 불만이 쏟아졌다. 유 장관은 전일 부산촬영소 착공식 참석이 이어 이날에는 지역 영화인들을 만났다. 영화 ‘소풍’을 제작한 김영진 로케트필름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들 부산 지역 영화인들은 아직 부산이 영화도시가 아니라 영화촬영도시일 뿐이라는 불만을 쏟아냈다. 영화제작사가 거의 서울에 있고 영화투자사도 서울에 있다, 물론 영화배우들과 스태프들도 서울에 있다, 그들은 부산으로 출퇴근 하는 상황이라는 주장이었다. 부산 소재 영화아카데미 졸업생들도 결국 일자리가 있는 서울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덩달아서 그동안 부산촬영소 건설이 주춤하는 사이에 파주와 대전 등에 첨단 영상촬영소가 잇따라 세워졌고 영화인들도 이들로 몰리기 시작했다.


이는 부산촬영소가 생긴다고 해도 바로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산촬영소의 완공은 2026년 9월인데 영상 산업에서 2년은 아주 오랜 기간이다. 기술 발전이 급속도로 진행된다는 의미다. 또 부산이 영화의 도시가 된 것은 부산 지역이 엄청난 촬영의 이점이 있기 때문도 아니다. 부산을 할리우드가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와 비교하지만 부산의 날씨는 LA만큼 좋지도 않다. 날씨 악화는 야외촬영을 지체시켜 제작비를 올리는 부담이 된다.


그래도 어쩌겠나. ‘영화·영상도시 부산’이라는 열차는 이미 출발한 상태다. 잘되던 안되던 되게 할 수 밖에 없다. 부산에서의 제작도 본격화되고 있는데 현재 부산영화영상협의회에는 21개 제작사가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19일 한국영화아카데미 학생·교수진과 대화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문체부


이날 간담회를 주재한 유인촌 장관은 “부산을 진정한 영상도시로 만들려면 서울로부터 제작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더 파격적인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 부산시가 만들어야 하고, 지역 영화인들의 의지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도 부산시와 함께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든지 힘을 합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부산=최수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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