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피는 꽃 ‘유해란과 그 동기들’…노승희 전예성 이제영 정윤지 KLPGA ‘상금 톱10’

티샷을 하는 유해란. 사진 제공=AFP연합뉴스



유해란은 2020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신인왕이 됐다. 그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했고 준우승을 3차례 기록하면서 상금랭킹 2위에 올랐다. 2021년 2승, 2022년 1승을 거둔 뒤 작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로 무대를 옮겨 역시 1승을 거두면서 신인왕을 차지했다.


올해 유해란의 우승은 아직 없다. 그래서 더욱 22일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의 하일랜드 메도스 골프클럽(파71)에서 끝난 데이나 오픈에서 1타차 준우승(19언더파 265타)을 거둔 게 두고두고 아쉬울 듯하다. 최종일 6언더파 65타를 치면서 추격했지만 전날 3타차 선두에 나섰던 짠네티 완나센(태국)에 결국 1타가 모자랐다. 특히 15번 홀에서 공동선두까지 올랐다가 16번 홀(파4)에서 보기가 나오면서 밀린 게 뼈아팠다. 17번(파5)과 18번 홀(파5)에서 모두 버디를 잡으면서 추격했지만 완나센 역시 두 홀 모두 버디로 응수하면서 역전극은 완성되지 못했다.



홀 공략을 고심하는 노승희. 사진 제공=DB그룹 한국여자오픈 조직위


비록 올해 우승은 없지만 유해란은 확실히 LPGA 투어에 자리 잡은 모양새다. 일단 ‘톱10’ 횟수에서 작년 6회 보다 많은 7회를 기록하게 됐다. 상금도 작년 획득한 액수 155만 5010달러(15위)에 육박하는 142만 4246달러(8위)를 벌고 있다. 서서히 대한민국 LPGA의 에이스로 떠오르는 듯하다.


흥미로운 건 유해란의 ‘KLPGA 동기’들이 올해 국내 무대에서 맹활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해란이 신인왕에 올랐던 2020년 KLPGA 신인 순위는 2위 현세린, 3위 조혜림, 4위 황정미, 5위 김유빈, 6위 정윤지, 7위 노승희, 8위 강지선, 9위 김리안, 10위 이슬기, 11위 전예성, 12위 김새로미, 13위 김효문, 14위 박수빈, 15위 구래현, 16위 신지원, 17위 이제영 순이다.



퍼팅을 마치고 그린을 벗어나는 전예성. 사진 제공=KLPGA


굳이 17위까지 나열한 이유는 골프팬들이 더 잘 알 것이다. 당시 신인 6위 정윤지, 7위 노승희, 11위 전예성, 17위 이제영이 올해 KLPGA 투어 상금랭킹 ‘톱10’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노승희가 3위(5억 9187만원)로 넷 중 가장 높고 전예성 6위(5억 3487만원), 이제영 8위(4억 1997만원), 그리고 정윤지가 10위(3억 8520만원)에 올라 있다.


특히 노승희의 존재감이 올해 유난히 빛을 발하고 있다. 2020년 상금랭킹 51위로 시작한 노승희는 2021년 상금 45위, 2022년 상금 46위로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 그나마 작년에는 ‘톱10’ 8회를 기록하면서 상금랭킹 22위까지 오르며 서서히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올해 노승희는 DB그룹 한국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면서 상금랭킹 3위에 올라 있을 뿐 아니라 대상 포인트에서도 3승의 박현경과 이예원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아이언 샷을 하고 있는 이제영. 사진 제공=KLPGA


전예성도 투어 이력이 대단히 독특한 선수다. 신인이던 2020년 상금랭킹 61위에 머물러 시드전을 치러야 했던 전예성은 시드전에서 8위에 오르며 투어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2021년 그의 성적은 롤러코스터 그 자체였다. 27개 대회에 출전해 절반 가까운 12회나 컷 탈락했고 두 차례 톱10에 올랐는데, 그 두 번 중 한 번이 에버콜라겐 퀸즈크라운 우승이었다. 2022년과 2023년 우승은 없었지만 연이어 톱10 6회를 기록하며 무난한 시즌을 보낸 전예성은 올해 제대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우승은 없지만 준우승을 3차례 기록하면서 상금 6위, 대상 포인트 6위 그리고 평균 타수 7위(70.38타)로 투어 강자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티샷한 공을 바라보는 정윤지. 사진 제공=DB그룹 한국여자오픈 조직위


2020년 상금 99위, 2021년 드림투어 그리고 2022년 KLPGA 투어에 복귀하고도 상금 89위에 머물렀던 이제영 역시 올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준우승 2회, 3위 2회의 성적으로 상금 8위, 대상 포인트 12위, 그리고 평균 타수 10위(70.50타)에 올라 있다. 2022년에는 16차례나 컷 탈락하더니 작년 3회, 올해 1회로 컷 오프 숫자가 확 줄어든 게 변화의 핵심이다.


2022년 생애 첫 승과 함께 상금랭킹 6위까지 올랐던 정윤지도 작년 상금 16위로 약간 부진한 모습을 보이다가 올해 상금 10위로 다시 힘을 내고 있다.


2020년 KLPGA 동기들의 올해 우승은 노승희의 1승이 전부다. 하지만 어느 해보다 뜨거운 샷을 날리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늦게 피는 꽃들이 더 화려하다는 사실을 그들이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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