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임신 느는데…두 아이 생명 위협하는 치명적인 합병증 있다고? [헬시타임]

서울아산병원, ‘태아내시경 수술’ 국내 최다 300례
태아간 혈류 연결 차단해 두 태아 모두 살리는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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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7년차가 된 홍 모 씨(38·여)는 여러 차례 체외수정 끝에 쌍둥이를 임신했다. 그런데 임신 20주차 때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검사를 받은 결과 쌍태아 수혈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태반 내에서 비정상적으로 연결된 혈관을 통해 한 태아에서 다른 태아로 혈액이 공급되고 있었던 것. 한쪽 태아는 성장이 뒤처지고 다른 쪽 태아는 양수과다로 심장기능이 떨어져 쌍둥이 모두가 위험한 상태였다. 홍 씨는 담당 의사의 의뢰로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를 방문해 응급 태아내시경 수술을 받았다. 1시간 남짓의 치료가 성공적으로 끝나자 태아 상태는 급격히 호전됐고 홍 씨는 임신 35주차에 건강한 여자 일란성 쌍둥이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 의료진이 쌍태아 수혈증후군 치료를 위해 태아내시경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

출산 연령 상승과 보조생식술의 발달로 쌍둥이 임신이 늘어나는 가운데 태아의 생명을 위협하는 쌍태아 수혈증후군 발생 시 태아 내시경 수술이 효과적인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는 쌍태아 임신의 치명적인 합병증인 쌍태아 수혈증후군을 치료하기 위해 태아 내시경 수술을 적극 시행한 결과 국내 최다인 300례를 달성했다고 22일 밝혔다. 쌍태아 수혈증후군은 태반 내 비정상적으로 연결된 혈관을 통해 한 쪽 태아에서 다른 태아로 혈액이 공급되며 발생한다. 한 쪽 태아는 혈액이 부족해 성장저하와 양수부족을 겪고 다른 태아는 혈액과다로 심장기능이 떨어진다. 일란성 쌍태아의 약 10~15%에서 나타나는데 치료 시기를 놓치면 쌍둥이 모두 사망할 수 있다.


태아내시경 수술은 태아간 혈류 연결을 차단함으로써 두 태아를 모두 살리는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다. 양쪽 태아를 연결하고 있는 혈관을 없애기 위해 엄마의 배꼽을 통해 자궁 안에 태아내시경을 삽입한 다음 혈관 상태를 관찰하면서 레이저로 혈관 사이에 흐르는 혈액을 응고시켜 태아간 혈류 연결을 차단한다. 레이저 치료를 마치고 늘어나 있는 양수를 빼내 압력을 떨어뜨리기까지 1시간 이내에 모든 치료가 끝난다. 태아내시경 도입 전에는 양수과다 증상을 보이는 태아 쪽의 양수를 반복적으로 제거해 산모의 증상과 태아 상태를 일시적으로 호전시키는 수준에 그쳤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2004년 국내 최초로 태아치료센터를 개소했다. 현재까지 국내 최다 기록인 태아내시경 수술 300건 외에도 태아 션트 수술 657건, 고주파 용해술 248건, 태아 수혈 219건 등 풍부한 태아치료 경험을 보유 중이다. 연간 4500여 건의 정밀 초음파를 시행해 태아 기형을 진단하고 출생 전 치료와 출생 후 치료 및 예후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태아내시경 치료 후 태아 생존율은 89% 이상으로 세계적 수준이다. 수술 이후 14일 이내에 양수가 터지거나 조기진통이 발생하는 경우는 2% 이내로 매우 낮았다. 산전 상담을 조기에 시행하고 소아청소년과, 소아청소년심장과, 소아외과, 소아심장외과, 성형외과, 소아비뇨의학과, 소아정형외과, 소아신경외과 의료진과 협진을 통해 태아 출생 후 원활한 신생아 진료가 이뤄지도록 돕고 있다.


원혜성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 소장(산부인과 교수)은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노력한 결과 태아내시경 300례라는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며 "태아 치료의 중요성과 가치를 인정받아 급여 확대도 이뤄질 예정이다. 앞으로 더 많은 생명이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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