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하방압력에 놀란 中, 기준금리 내렸지만…시장 영향은 제한적

■성장 급한 中 LPR '깜짝 인하’
부양책 빠진 3중전회 비판 의식
대출 수요 자극하기에는 불충분
블룸버그 "추가 완화 기대 확산"




중국 당국이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전격 인하하며 유동성 공급에 팔을 걷어붙였다. 최근 발표된 2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을 밑돌며 5% 아래로 떨어지고 이달 18일 폐막한 중국 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도 적극적인 경기 부양 플랜이 없다는 비판까지 더해지자 당국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매달 20개 주요 상업은행이 자체 자금 조달 비용과 위험 프리미엄 등을 고려한 금리를 은행 간 자금중개센터에 제출하고 인민은행은 이를 취합·정리한 뒤 LPR을 점검해 공지한다.


당초 시장에서는 중국 당국이 이달에도 LPR을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로이터통신의 조사 결과 시장 전문가 36명 중 23명(64%)이 1년물·5년물 LPR을 동결할 것으로 예측했다. 앞서 이달 15일 LPR의 바로미터인 1년물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기존 수준으로 유지한 만큼 LPR을 동결할 것으로 본 것이다. 중국인민은행은 이러한 예상을 깨고 22일 주택담보대출 기준 역할을 하는 5년물 LPR을 3.85%로, 일반 대출 기준이 되는 1년물 LPR을 3.35%로 각각 0.1%포인트 낮췄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더딘 회복과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로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미국과의 금리 격차로 인한 위안화 가치 하락 등을 고려해 선뜻 금리 인하에 나서지 못할 것으로 관측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께 기준금리를 낮출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중국도 이에 맞춰 금리를 조정하거나 지급준비율을 먼저 내리는 방안 정도가 예상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맥쿼리의 중국 수석 경제학자인 래리 후는 “금리 인하는 예상치 못한 조치”라며 “2분기 성장 모멘텀이 급격히 둔화됐고 3중전회에서도 올해 성장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강력한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중국의 깜짝 인하 배경으로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망치를 크게 밑돌며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는 우려가 증폭되는 상황이 꼽힌다. 올해 ‘5% 안팎’의 경제성장률을 목표로 설정한 중국의 올 2분기 성장률은 4.7%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 5.1%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이자 지난해 1분기(4.5%)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직전인 올해 1분기 성장률은 5.3%였다.


여기에다 최근 열린 3중전회가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며 당국이 전격적인 인하 결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경제는 부동산 부문의 침체가 계속되는 데다 심각한 지방정부 부채 문제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고 고용 불안정 속에 소비심리까지 살아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기준 신규 주택 가격은 1년 전보다 4.5% 하락해 2015년 6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고 소비의 척도가 되는 소매판매도 전년 대비 2.0% 증가하는 데 그쳐 18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런 가운데 열린 3중전회에서도 뚜렷한 부양책을 내놓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경제의 당면 과제인 수요 확대나 부동산 침체 억제를 위한 주요 조치를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징후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고 꼬집었다.


다만 이번 금리 인하 조치에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 정도 수준의 금리 인하로는 가계와 기업의 대출 수요를 자극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만큼 더욱 강력한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블룸버그는 추가 통화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별도의 금리 인하나 지준율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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