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가 영세 입점사에 무이자 대출을 지원하는 한편 벤처캐피털을 조성해 투자하며 K패션 생태계 ‘인큐베이터’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사업 초기 단계의 개성이 뚜렷한 패션업체가 생산 규모를 늘리도록 도와 결과적으로는 무신사 거래액을 키운다는 전략에서다.
23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무신사가 입점 브랜드사에 생산 자금을 무이자로 빌려준 누적 금액이 최근 3000억 원을 돌파했다. 이는 무신사가 2015년 동반성장 자금 지원 프로젝트를 출범한 지 9년 만에 기록한 수치다. 입점사에 대여금을 지원하는 패션 플랫폼은 국내에서 무신사가 유일하다.
신진 브랜드들은 이 같은 지원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실제 지난해 가을 시즌 무신사로부터 처음 생산 자금을 대출받은 브랜드의 거래액은 전년 대비 2.7배 성장했다. 이들 중 82%는 연 거래액 50억 원 미만의 중소 브랜드였다. 무신사 관계자는 “패션업계는 통상 다음 시즌 상품을 먼저 생산해놓고 판매에 들어간다”면서 “자금을 조달할 여력이 없는 신진 브랜드에는 실질적인 지원책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무신사가 패션 생태계 조성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입점사가 생산 수량을 늘린 효과가 수익으로 되돌아오는 구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입점 신진 브랜드가 경쟁력을 갖추고 시장 점유율을 늘리면서 무신사 역시 지난해 연매출 1조 원 규모에 이르기까지 성장했다고 본다. 대표적인 사례가 앤더슨벨과 쿠어, 커버낫이다. 지금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질 정도로 성장한 이들 브랜드는 2018년 설립된 기업형 벤처캐피털 ‘무신사파트너스’를 통해 초기 투자를 유치했다. 무신사파트너스의 누적 투자금은 900억 원에 달한다.
무신사는 향후 국내 신진 패션브랜드의 판로 확대에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취지로 이달 9일 일본 도쿄에서 내년도 봄여름(SS)시즌 쇼룸을 열고 8개 한국 브랜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현장에는 현지 대형 편집숍 바이어들이 다수 참여해 전년 대비 수주 물량이 3배 이상 늘었다. 앞서 2022년에는 ‘무신사 글로벌’을 론칭하고 입점 브랜드와 함께 13개국에 진출한 바 있다. 무신사 측은 “성장 초기 브랜드가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도록 돕는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