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청원’ 청문회를 열자 ‘정청래 법사위원장 해임’ ‘민주당 해산’ 등 정쟁적 성격의 맞불 청원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국민 청원 제도가 여야의 대리전 수단이자 정쟁 창구로 변질되고 있다. 정치권이 국민 청원 제도를 정쟁 도구로 활용하면서 본래 취지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법제사법위원회를 파행으로 몰고 가는 정청래 법사위원장 해임 요청에 관한 청원’에 대한 동의자 수는 7만 5000명을 넘어섰다. 18일 접수된 이 청원은 4일 만에 상임위원회 회부 요건인 ‘30일 이내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충족해 법사위에 회부됐다.
앞서 민주당이 법사위에서 탄핵 청원 청문회를 추진하기로 한 뒤 국회에는 ‘맞불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 4일에는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청원’이 등장해 이날까지 11만 명이 동의했다. 11일 접수된 ‘민주당 정당해산심판청구 촉구 결의안에 관한 청원’ 역시 6만 명이 동의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 탄핵 청원’도 동의자 수 5만 명을 넘겨 법사위에 회부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이 ‘정청래 청문회’도 열어야 한다는 지적까지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정청래 법사위원장 해임 청원안도 적법하게 법사위로 회부되면 이 또한 청문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국민동의청원제도가 실효성 없이 정쟁에만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회가 청원을 통해 과대 대표된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에 휘둘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원 정쟁이 이어지는 것은 한국에서 정치가 실종되고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만 남았기 때문”이라며 “팬덤이 스피커 역할을 하면 팬덤을 가진 정치인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없지만 ‘맞불 청원’이 나왔듯이 결국 팬덤에 끌려다니는 상황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어 제도 자체의 문제보다 정치인들이 제도의 취지를 망가뜨리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