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對 속도전…'꿈의 배터리' 전고체 놓고 묘한 신경전

■ LG에너지솔루션 vs 삼성SDI 경쟁 가열
삼성SDI "2027년 양산 목표, 공급망도 준비"
LG엔솔 "양산 시기보다 제품 신뢰도 확보 중요"
전고체 배터리 2030년 53조 시장 성장 전망

고주영 삼성SDI 부사장이 23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SNE 배터리데이 2024’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의 기술력과 양산 시점을 놓고 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전고체 배터리가 머지 않은 시점에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리튬 이온 기반의 배터리를 밀어내고 주력 제품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데는 의견을 같이 했지만 구체적인 제품 개발 방향에선 다른 입장을 취했다. 양산 시점이 2027년으로 가장 빠른 삼성SDI가 ‘속도전’을 내세우자 LG에너지솔루션은 제대로 된 개발로 제품 신뢰도를 끌어 올리는 것이 먼저라고 맞섰다.


고주영 삼성SDI 부사장은 23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SNE 배터리데이 2024’에서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며 “지난해 샘플을 만들어 고객사에 제공했고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전고체 배터리의 조기 출시로 선점 효과를 누리겠다는 취지다.


전고체 배터리는 화재 위험이 낮고 에너지 밀도는 높아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시장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2년 2750만 달러(약 370억 원)에서 2030년 400억 달러(약 53조 3700억 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는 국내 배터리사 가운데 전고체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 최근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2027년 양산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양산에 필수인 소재·장비 등의 공급망도 올해 상반기 내에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고 부사장은 삼성SDI 내에서 전고체 배터리 개발과 상용화를 주도하고 있다.


고 부사장은 이날 “(전고체 배터리 공급망은) 결정 마무리 단계”라고 재확인했다. 이어 “나트륨이온 배터리, 반고체 배터리 등은 현재 R&D센터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전고체만 가능성이 있어서 사업화팀으로 간 것이 아니라 기술적인 검증이 끝났기 때문에 2027년 양산을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양산 시점보다 중요한 것은 제품의 완성도라며 맞받아쳤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정근창 LG에너지솔루션 부사장은 “우리가 전고체 전지를 하고 있다는 것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은데 건식 전극 기술을 활용한 전고체 전지 개발은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고체 배터리를 포함한 차세대 배터리에 대해선 "출시 시점을 밝히긴 어렵지만 말할 수 있는 부분은 모든 일은 2030년 전에 이뤄진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속도전보다는 제대로 된 개발을 통해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신뢰도를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 부사장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성능 전고체 파우치셀 기술과 조립 기술과 공정 기술을 활용하게 되면 누구보다 더 빨리 상업화 이후에 스케일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재료 면에서는 두 가지 정도는 이미 독자적인 기술 제품력을 가지고 있는데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것보다 높은 이온 전도도를 가진 조성물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독자 기술의 고전도성 전해질 소재와 양극재 나노 코팅 기술로 안정성, 출력, 내구성을 강화해 고급형 전기차 적용을 추진할 계획이다. 독자화한 나노 코팅 기술로 고용량 양극재를 개발한 만큼 높은 안전성과 고용량, 고출력의 배터리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정근창 LG에너지솔루션 부사장이 23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SNE 배터리데이 2024’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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