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10개 수련병원이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개시했지만 '빅5' 병원을 필두로 의대 교수들이 '수련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초반부터 파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톨릭대·고려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울산대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23일 6개 의대 비대위원장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들 의대는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성모병원·서울아산병원·고대안암병원 등 서울의 대형 병원들을 수련병원으로 두고 있다.
비대위는 "전공의들의 온전한 복귀 없이 일부 충원에 의존하는 미봉책으로는 양질의 전문의 배출이 어렵다"며 "상급 연차 전공의가 없는 상황에서는 1년차 전공의 수련의 질 저하가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지방병원을 사직한 전공의가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으로 옮겨 갈 경우 가뜩이나 열악한 지역 필수의료가 몰락할 것이란 지적이다.
이들은 "보건복지부의 지도에 따라 진행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정부를 향해 "땜질식 처방이 아닌 근본적 처방으로 상생의 정책을 펼쳐 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일부 교수들은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하반기 전공의를 모집하면 전공의들의 온전한 복귀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며 "소위 '인기과'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지역 필수의료가 붕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국 110개 수련병원들은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사직한 후 미복귀한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대거 수리하고 전일(22일)부터 새롭게 하반기에 수련할 전공의 모집에 나섰다. 이들 수련병원은 총 7707명의 전공의를 새로 모집한다. 이달 말까지 모집 신청을 받고 8월 중 병원별 필기, 실기 시험을 치른 뒤 최종 합격 여부가 정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대다수 전공의들은 수련병원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응수한 일부 교수들이 '사직 전공의 자리를 남겨두겠다'며 수련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파행이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연세의대 교수들은 "올 하반기 가을 턴에 지원하는 전공의들을 제자와 동료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경 기조를 내세웠다.
정부는 이러한 교수들의 움직임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일부 교수들의 '수련 보이콧'은 환자의 불안과 불편을 외면하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며 "사직 전공의들이 복귀하도록 설득하고 용기를 내 돌아온 전공의들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현명한 스승과 선배의 모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