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브이로그' ‘강아지 파양’…죄책감 전시하는 사회

강아지 파양 다룬 숏폼 동영상 올라와 논란
일상 동영상 영향력 크지만 모방심리 자극해

논란이 된 ‘임신 36주차 낙태’ 브이로그 영상. 사진=유튜브 갈무리

“4년 동안 정들었던 강아지를 ‘○○보육원’에 데려다 주고 왔습니다.”


최근 임신 36주차 임산부의 ‘낙태 브이로그’에 이어 강아지를 파양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숏폼 동영상이 올라오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브이로그(V-log) 등 일상 동영상을 통해 대중과 삶을 공유하는 행위가 인기를 얻자 부적절한 행위를 전시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최근 한 SNS 숏폼 플랫폼에는 ‘키우던 개를 파양한다’는 내용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영상을 통해 개의 사진을 공유하며 “가족의 알레르기로 인해 4년간 키우던 개를 한 보육원에 맡겼다”며 “우리보다 강아지를 아껴줄 좋은 분을 만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나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파양 사실을 영상까지 만들어 올릴 필요가 있느냐” “강아지가 불쌍하다”며 A씨를 비판했고, 현재 영상은 비공개된 상태다.


A씨처럼 논란이 되는 행동을 담아낸 영상은 다양하게 플랫폼에 올라오고 있다. 경찰이 수사를 개시한 ‘낙태 브이로그’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27일 자신이 20대 여성이라고 밝힌 B씨는 ‘총 수술비용 900만 원, 지옥 같던 120시간’이라는 제목으로 낙태(임신중지) 과정을 담은 브이로그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해당 계정이 구독자 수 2만 4000명을 돌파하는 등 화제가 되자 보건복지부는 과거 살인죄를 적용한 34주 태아 낙태 판례를 참조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최근 영상이 올라온 유튜브 본사 측에 사용자 정보를 요청하는 등 B씨를 특정하는 데 주력을 다하고 있다.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청 관계자는 “태아 상태가 어떻게 됐는지 등 정확한 상황을 확인해야 어떤 죄명을 의율할지 판단할 수 있다”며 “출산 직전(36주)이라는 점에서 통상의 낙태와는 다른 사건이다. 처벌 방법을 찾기 위해 연구를 많이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튜브·SNS 동영상의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일상 동영상은 꾸준한 인기를 보이는 콘텐츠 장르다. 2021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브이로그 등 라이프스타일 관련 콘텐츠가 개인(1인) 미디어 콘텐츠 장르의 12.8%를 차지해 엔터테인먼트·교육에 이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근한 크리에이터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의 몰입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모방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은 문제로 꼽힌다.


이문행 수원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과거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서는 ‘보여줄 수 있는 것’에 대한 규율과 자성이 있었다면 최근에는 미디어가 일상화되면서 무엇이든 ‘콘텐츠화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경향이 눈에 띈다”면서 “무주공산처럼 거의 모든 콘텐츠가 허용되다 보니 대중들에게 영상 속 문제 행위가 전염병처럼 퍼져나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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