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035720)를 상징하는 창업주 김범수 CA협의체 공동의장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23일, 금융권의 관심은 카카오 금융 계열사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여부에 집중됐다. 김 위원장과 대주주인 카카오가 재판에서 벌금형 이상이 확정될 경우 대주주 부적격 판정을 받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 강제적으로 금융 계열사의 지분을 처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 1위인 카카오뱅크(323410), 카카오페이(377300)손해보험, 카카오페이증권 등 금융회사들의 대주주 자격을 잃어 주인이 바뀌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카카오의 금융사 지배구조가 통째로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최종적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자본시장법상 양벌 규정에 의해 카카오 법인에 대해서도 벌금형 이상의 형량이 나올 수 있다. 인터넷은행특례법은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려면 최근 5년간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공정거래법 등의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카카오가 금융 당국으로부터 금융사 대주주 ‘부적격 판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먼저 (김 위원장과 카카오의) 대법원 판결이 확정돼야 하며 이후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에 오르는 순서”라며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카카오는 10%가 넘는 초과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27.16% 중 10%만 남기고 나머지 지분을 처분해야 해 대주주 변경이 불가피하다. 손자회사인 카카오페이손보·증권의 지분율도 줄여야 해 금융 관계사 전반에 걸친 지배구조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판이 이어지는 동안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발목을 잡아 새로운 금융 사업 진출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2대 주주 한국금융, 다시 카뱅 대주주 되나
2대 주주 한국금융 대주주 가능성
확정판결때까지 리스크 계속될 듯
케뱅 등 인뱅 경쟁사에 추격 여지
카카오 창업주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구속으로 당장 카카오 계열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의 지배구조가 뒤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대 주주인 한국투자증권에 대주주의 지위가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1위인 카카오뱅크가 지배구조 문제로 흔들리면서 국내 인터넷은행 업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23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분 27.16%(1억 2953만 3725주)를 보유해 지난해 말 현재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다. 2대 주주는 한국투자증권으로 카카오와 지분율은 동일하지만 보유 주식 수가 카카오보다 딱 1주가 적다. 카카오가 양벌 규정에 의해 김 위원장과 동일하게 벌금형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대주주로서 부적격 판정을 받는다면 카카오뱅크 지분율을 보유 주식 한도(10%)까지 줄여야 하고 이 과정에서 한국투자증권이 대주주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가 되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뱅크의 1대 주주가 될 경우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 한국금융지주는 은행 지주회사로 변경돼 공시 의무를 비롯해 자본 적정성 등 금융 당국의 고강도 규제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투자를 진행할 때 내부 심사 기준 역시 까다로워진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이 카카오뱅크의 지분 일부를 카카오 측에 매각하고 딱 1주 차이로 2대 주주로 남은 이유가 이것 때문”이라며 “만약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생겨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면 3자 매각을 포함해 다양한 방법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이 1대 주주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뱅크 지분 일부를 매각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시장 분석에 대해 한국투자증권 측은 “아직 카카오가 대주주 자격을 잃는 등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지배구조 관련) 조치는 결정된 바 없다”며 “과거에도 (한국투자증권이) 카카오뱅크 대주주였던 적이 있는 만큼 다시 대주주가 되기를 꺼린다는 관측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금융지주는 2016년 카카오뱅크 설립 당시 지분 55.56%를 보유해 1대 주주였다가 3년 뒤인 2019년 카카오에 지분 약 34%를 양수도 계약으로 넘긴 바가 있는 만큼 대주주가 되더라도 무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뱅크가 지배구조 리스크에 휩싸이면서 인터넷은행 업계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우선 김 위원장에 대한 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 카카오뱅크의 성장이 덜미가 잡힐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여신 부문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며 대출 성장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5월 여신 성장 목표치를 20%에서 10%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경쟁사들이 1위인 카카오뱅크가 흔들리는 틈을 타 추격할 여지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