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툭하면 '물폭탄'인데…'알바 직원' 쓰는 빗물펌프장

서울 13개 구, 빗물펌프장 기간제·임기제 고용
5명 중 1명 계약직…10%는 단기 기간제 채워
기능직 퇴직 후 인력충원 제때 안돼 '구멍' 발생
구청마다 공백 메우려 해마다 단기 계약직 채용
'인사 뻉뺑이' 순환보직 공무원 늘어나는 폐단도
"전문 시설관리직 인력 뽑아 현장 배치 늘려야"

지난 17일 서울 노원구 중랑천 공원과 산책로 일부가 잠겨있다. 연합뉴스

1년치 비 10%가 1시간만에 쏟아질 만큼 국지성 폭우가 심각해지면서 도심 빗물펌프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인력은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력이 부족해 여름철 풍수해 때마다 아르바이트나 다름없는 기간제 근무자들로 채워지고 있다. 자연재난이 갈수록 복잡해지면서 전문성이 요구되지만 재난 대비 현장은 여전히 ‘뺑뺑이 인사’ 자리로 취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서울경제신문이 빗물펌프장이 있는 서울 자치구 21곳의 인력 운영 현황을 파악한 결과 올해 2월 기준 13곳에서 펌프장 관리 인력으로 임기제나 기간제를 고용하고 있다.


빗물펌프장(113개소) 근무인력 263명 가운데 임기제 또는 기간제는 55명으로 5명 중 1명꼴이었다. 이 중 비공무원 신분으로 아르바이트 자리로 취급받는 기간제 근로자(24명)를 고용한 자치구도 7곳에 달했다. 임기제는 1~2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하며 최대 5년간 일할 수 있고, 기간제는 보통 1년 미만의 단기로 일하는 근로자다. 임기제는 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상 공무원 신분이지만 기간제는 아니다.


빗물펌프장은 집중 호우시 펌프로 시내 빗물을 강제적으로 강이나 하천으로 퍼내는 방재 시설이다. 요즘처럼 기상이변으로 단기간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질 때 도시 저지대 침수 피해 차단에 큰 역할을 한다. 이날 새벽 부산에 3시간여 만에 중구 대청동 기준으로 최대 171.5㎜의 물폭탄이 쏟아지고, 강원에도 밤 사이 최대 128㎜의 비가 내리는 등 남부와 강원 지역에 예상치 못한 기습 폭우가 내려 곳곳에서 빗물펌프장이 가동됐다.


이처럼 빗물펌프장 인력 21%가 임기제·기간제로 채워진 이유는 담당 공무원 수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애초 빗물펌프장 관리는 과거 기능직이 주로 맡았으나 2013년 기능직 폐지 후 그 자리는 관리운영직(옛 기능직), 시설관리직(기능직 폐지 후 2014년 신설), 일반직 공무원으로 채웠다.



서울의 한 빗물펌프장. 사진제공=구로구

하지만 관리운영직 공무원 퇴직자의 빈자리가 제때 메워지지 않으면서 인력 공백이 커졌다. 관리운영직 감소 숫자만큼 시설관리직이나 일반직 공무원이 늘어나지 않았고, 그 자리는 임기제와 기간제들로 채워졌다. 강동구의 경우 3개 펌프장의 관리운영직 공무원 정원이 각각 4명씩이지만 퇴직 또는 퇴직 준비로 6명의 결원이 발생했고 이 자리는 기간제로 충원했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무에 인사철마다 1~2년을 주기로 수시로 바뀌는 일반직 공무원을 내려보내는 점도 문제다. 빗물펌프장 근무 인력 263명 가운데 41%인 108명이 일반직이다.


현장에서는 ‘이러다가 대형 사고가 터진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이상기후로 국지성 폭우가 심해지면서 빗물펌프장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도 빗물펌프장 인력은 땜질식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경기 일부 지역에 시간당 1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질 당시 서울에서도 성북구 정릉동(84㎜/h), 노원구 공릉동(76.0㎜) 등에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서울시내 구청의 한 치수 담당자는 “빗물펌프장 근무지 특성상 수방 경험이 많은 숙련된 직원들이 근무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구청들은 기술직 공무원 인사권은 서울시에 있으므로 시가 시설관리직 배치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간제는 근무 안정성이 떨어져 지원자를 찾기가 어렵고, 임기제의 경우 경력자 확보에 어려움이 크기 때문에 근본적인 처방을 위해서는 전문 공무원 현장 배치가 최우선이라는 주장이다. 전국 17개 시도 중 서울시를 포함한 5곳에서 광역 지방자치단체가 기술직 인사를 통합 관리하고 있다. 구청의 한 간부는 “빗물펌프장은 기계·전기 설비 등 방재시설물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숙련된 기능 인력을 유지해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퇴직이나 순환 인사로 안정적인 운영이 어렵다”며 “시가 기계·전기 등 시설관리직 공무원을 채용해 구마다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치구가 인력 배치를 잘못하거나 시에 필요한 인력을 구체적으로 요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에서 운영하는 시설의 경우 정원이 정해져 있어서 펌프장 시설 인력을 늘리려면 다른 공무원 수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부족 인력을 계약직으로 쓰는 경우가 있다”며 “구청이 정원을 조정하든지 필요한 현장 인력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요청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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