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주식형 펀드서 7일간 3.4조 ‘썰물’…韓 엑소더스 심화됐다

<트럼프 리스크로 더 힘 못쓰는 韓 증시>
국내주식형서 채권·단기펀드로 ‘머니무브’
해외 투자 ETF 순자산은 오히려 0.7조↑
“국내 증시 미국 대비 상대적 매력 떨어져”
신평사도 “MAGA 운동, 韓·日 경제 해쳐”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8일(현지 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 행사에 참석해 주먹 쥔 팔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피습 이후 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국내주식형 펀드에서 3조 4000억 원의 자금이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빠져나간 자금은 안전자산인 채권과 단기자금 펀드로 향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관세 전쟁의 여파 등으로 한국·일본 등 동맹국 경제도 어려워질 수 있어 ‘한국 증시 엑소더스’가 더 가팔라질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24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내주식형 펀드의 순자산은 67조 580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 피습이 발생(현지 시간 13일)하기 직전 영업일인 12일 71조 179억 원보다 3조 4372억 원이 빠진 것이다. 특히 국내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에서도 2조 5000억 원가량의 자금이 유출됐다.


국내 증시에서 7거래일간 3조 4000억 원의 자금이 빠져나가는 동안 해외주식형 펀드의 순자산은 71조 8566 원으로 1조 1400억 원 줄어드는 데 그쳤다. 감소 폭은 1.57%로 4.8% 급감한 국내주식형 펀드보다 상대적으로 견조했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는 오히려 해외형 상품의 순자산이 증가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해외지수형 ETF의 순자산은 트럼프 전 대통령 피습 이후 전날까지 7558억 원 늘었다. 국내지수형과 인버스·레버리지 등 파생상품형 상품의 순자산이 7805억 원 줄어든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국내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안전자산인 채권과 단기자금 펀드로 향했다. 같은 기간 국내채권형 펀드의 순자산은 58조 7059억 원에서 60조 8185억 원으로 2조 1000억 원가량 늘었다. 초단기 금융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의 순자산도 148조 7287억 원에서 152조 3029억 원으로 3조 5700억 원 증가했다.


증권 업계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국내 경제 및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보다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경계심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본인이 당선될 경우 모든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최소 60%의 세금을 매기겠다고 공언했다. 이른바 관세 전쟁이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 피습 이후 전날까지 미국의 나스닥지수가 2.18%,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1.06% 하락한 데 반해 코스피와 코스닥은 이날까지 각각 3.44%, 4.25%씩 내려 상대적으로 더욱 큰 하락률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국내 증시를 떠받쳐온 반도체·2차전지·바이오 등 주요 산업이 수출 기반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강했던 반도체 등 수출주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져 국내 주식시장이 미국 증시에 비해 상대적인 매력을 갖기는 더 힘들어졌다”며 “국내 증시에 대해서는 이전보다 보수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명수 나이스신용평가 대표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운동’이 지금은 중국을 겨냥하고 있지만 종국에서는 한국과 일본을 향할 것이고 10% 보편 관세는 그 시작일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독일과 러시아의 경제 모델을 훼손했듯이 ‘MAGA운동’은 한국과 일본의 경제 모델이 끝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다만 이런 전망에 손사래 치는 견해도 있다. 한 사모펀드 고위 관계자는 “트럼트의 재집권 성공 여부와 별개로 우리에게 더 큰 기회가 올 것”이라며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미국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서플라이 체인의 핵심 국가인 데다 이미 당도한 인공지능(AI) 산업, 반도체, 전기차 등에서 중추 역할을 할 수 있는 동맹은 한국 말고는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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