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근무하는 대통령실 청사 경내로 북한이 날려보낸 쓰레기(오물) 풍선 다수가 떨어졌다. 대통령실은 “관측 장비로 실시간 감시를 하고 있었고 명확하게 위치를 확인해 안전조치를 했다”고 밝혔지만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이 자칫 대형 안보 문제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2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과 국방부 청사 경내 주차장 인근에 북한이 날려 보낸 쓰레기 풍선 다수가 낙하했다. 일부 쓰레기 풍선은 청사 인근 경내에 떨어졌고 일부는 공중에서 터진 뒤 잔해물이 봉투에 들어 있는 상태였다.
대통령실 경호처는 즉각 긴급조치를 했다. 화생방 대응팀이 조사한 결과 물체의 위험성이나 오염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이후 수거했다. 대통령실 청사가 위치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인근에 쓰레기 풍선이 떨어진 적은 있지만 경내에서 낙하물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쓰레기 풍선 낙하 소식이 알려지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브리핑을 열고 “실시간으로 감시를 하고 있었고 장소도 명확하게 측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사안의 심각함과 엄중함을 인식하고 있다”며 “용산 지역으로 이동하는 풍선은 관계기관과 실시간으로 감시하며 공조해 신속하고 안전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쓰레기 풍선 낙하 후 수거하는 대응 방식의 변화에 대해서는 “관계기관에서 좀 더 면밀하게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북측 쓰레기 풍선은 대통령실뿐 아니라 국회의사당 등 서울과 수도권 곳곳에서 확인됐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이 날려 보낸 쓰레기 풍선은 300여 개가 식별됐고 경기 북부와 서울 지역에 250여 개가 낙하했다. 오후 4시 30분 기준으로 쓰레기 풍선은 아직 공중에 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이날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우리 민간단체가 대북 전단을 살포하기 위해 풍선을 띄우는 장소에 총격이나 포격을 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신 장관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16일 한국 민간단체에 의한 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담화에서 대응 변화를 예고했다”며 “전단 살포용 풍선 격추나 풍선을 날리는 거점에 대한 총격·포격을 행할 가능성도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북한이 우리 민간단체의 풍선 부양 시간과 장소를 사전에 탐지하거나 인지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사전 노출될 가능성까지도 염두에 두고 군은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장관은 북측이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대응으로 지뢰 매설이나 무인기를 사용한 전단 살포,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 사이버 공격 등 도발에 나설 수도 있다고도 언급했다.
군 당국은 북한의 쓰레기 풍선 도발에 맞대응해 전방 지역에서 대북 확성기를 풀가동하고 있다. 최전방 모든 전선에서 오전 6시부터 밤 10시까지 총 16시간가량 대북 확성기 방송을 송출 중이다. 대북 확성기 전면 가동은 이달 21일부터 나흘 연속 이어지고 있으며 군은 고정식·이동식 대북 확성기 40여 대를 가동하고 있다.
확성기 방송은 김정은 정권의 실상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는 것을 비롯해 북한군을 향해 “지옥 같은 노예의 삶에서 탈출하라”는 메시지, 최근 북한 외교관의 한국행 및 탈북 시도 중 압송된 북한 병사 소식, K팝 등 한류 문화를 알리는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