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6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머물고 있는 대만의 한 호텔 로비는 인파로 북적였다. 대만인들에게 황 CEO는 ‘슈퍼스타’였다.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고 그는 ‘셀피’ 촬영으로 답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기사가 됐고 ‘미스터 황의 효과’는 대만 ‘컴퓨텍스 2024’ 흥행으로 이어졌다. 황 CEO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야시장에 가서는 모리스 창 TSMC 창업자를 만나 동맹 관계를 다졌다. 대만이 인공지능(AI) 칩의 중심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강조한 셈이다.
효과는 나타났다. 인텔부터 퀄컴·AMD 등 글로벌 빅테크 CEO들이 ‘컴퓨텍스 2024’를 찾았다. 넘치는 과학 인재,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둔 대만이 AI 시대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증명했다. AI의 주도권을 쥔 대만은 1982년 TSMC를 탄생시켰던 경험을 살려 인재 육성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24일 대만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대만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14만 3105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13만 2504명)보다 1만 명 이상이나 늘어난 수치다.
한국과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차세대 반도체 산업기술인력 전망 보고서’를 보면 메모리와 비메모리, 소재·부품·장비 분야를 통틀어 계산해도 2021년부터 2031년까지 연간 평균 4100명 정도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대만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대만은 특히 정부와 기업의 협업이 눈에 띈다. 대만 정부는 2021년부터 매년 반도체 인력 1만 명을 확보하겠다는 내용의 법안을 제정해 투자에 들어갔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해외 기업의 대만 투자 확대를 화끈하게 지원하고 해외 우수 인력의 유입을 위해 취업 비자 요건도 완화했다. 이에 발맞추듯 TSMC는 영입된 인력을 잡기 위해 매년 연봉을 올리고 있다. 2021년과 2022년 회사의 평균 연봉을 20%씩 인상하면서 삼성전자 신입 직원의 초봉 임금을 앞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만은 첨단 기업 유치, 고급 인력 육성 등 정부의 정책적 노력을 기반으로 자주적 산업 생태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만 정부는 1970년대부터 20년간 집약적인 투자를 해왔는데 민간기업들도 투자에 호응하면서 규모를 키웠다”면서 “특히 1990년대부터는 ‘유학파’들이 대거 귀국해 활약하면서 반도체 강국의 초석을 다졌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