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리진 "유전자 치료제로 비만 신약 개발… '이중 표적' 강점"

종근당에 방광암 신약 기술이전해 주목
2개 유전자 '최적 조합' 찾는 플랫폼 강점
난소암·4기 전립선암 치료제도 개발 중

계민정 큐리진 최고기술책임자(CTO·부사장)가 24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큐리진


“두 가지 유전자를 표적으로 삼아 효능을 높이는 것이 큐리진이 개발하는 유전자 치료제의 강점입니다. 최근에는 고지혈증 신약 파이프라인을 끌어올려 비만약으로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계민정 큐리진 최고기술책임자(CTO·부사장)는 2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큐리진은 짧은 간섭 리보핵산(siRNA) 기반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벤처다. siRNA 치료제는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발현하는 메신저리보핵산(mRNA)에 결합해 이를 저해하는 방식으로 질병을 치료한다. 항체 등 기존 방식으로 저해할 수 없었던 유전자를 저해할 수 있는 데다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을 차단하기 때문에 잠재력이 큰 치료접근법(모달리티)으로 꼽힌다. 큐리진은 올 4월 종근당에 방광암 치료제 후보물질인 ‘CA102’를 기술이전해 이름을 알렸다.


계 부사장은 “통상 siRNA 치료제는 두 가닥으로 만들어져 한 가닥은 치료에 쓰이고 버려지는 한 가닥은 몸 속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지만 큐리진은 두 가닥을 모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했다”며 “두 가지 유전자를 동시에 저해해 효능이 높은 반면 부작용은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종근당에 기술이전한 CA102 역시 암세포 증식과 전이에 관여하는 유전자인 ‘mTOR’과 ‘STAT3’를 동시에 표적으로 삼는다.


특히 큐리진의 경쟁력은 어떤 유전자 두 개를 표적으로 해야 가장 치료 효과가 뛰어난지 ‘최적의 조합’을 찾아주는 플랫폼 기술에 있다. 계 부사장은 “창업 초기부터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최적의 유전자 조합을 찾는 기술에 공을 많이 들였다”며 “공공 데이터로 어떤 암이 더 독하고 덜 독한지, 어떤 이유로 암 세포가 빨리 성장하거나 빨리 죽는지를 분석해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노하우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큐리진이 개발 중인 신약은 난소암 치료제인 ‘CA106T’와 4기 전립선암 치료제인 ‘CA103T’다. 계 부사장은 “CA106T의 경우 글로벌 제약사에서 먼저 연락이 와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했는데 동물실험 결과가 좋아 기대감이 크다”며 “CA103T는 재발해서 변이된 암 세포까지도 잘 죽인다는 실험 결과가 나온 데다 유전자 치료제라는 모달리티로 더 도전적인 신약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큐리진은 최근 고지혈증 치료제인 ‘CSI103’을 비만약으로 개발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빅파마인 노바티스도 이달 18일 실적 발표에서 siRNA 기반의 비만약 개발 계획을 공개했고 앨나일람파마슈티컬스는 내년 siRNA 기반 비만 신약 임상에 들어가는 등 유전자 치료제로 비만약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계 부사장은 “현재 이상지질혈증 치료제로 CSI103을 개발 중이지만 대사질환은 서로 연결돼 있어 이를 비만약으로 개발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며 “기존에 개발하던 항암제와는 다른 전달체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관련 업체에 요청해서 공동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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