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실시 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방미 중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미 의회 연설에 불참했다. 대선이 불과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아랍계와 진보 유권자들을 등 돌리게 만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정책과 거리를 두려는 행보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는 24일(현지시간) 미 의회 의사당에서 진행된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작전을 ‘선과 악의 대결’ ‘야만과 문명의 충돌’이라 칭하면서 “우리의 적은 여러분의 적이고 우리의 싸움은 여러분의 싸움이다"고 밝혔다.
하마스와의 전쟁에 있어 미국과 이스라엘이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인데, 미국 내의 반(反)이스라엘 정서를 의식한 연설로 풀이된다.
해리스 부통령은 당연직 상원 의장으로 참석하는 것이 관례지만 이날은 연설에 불참하고 인디애나주를 찾아 기존에 예정된 선거운동 일정을 소화했다.
미 언론들은 이를 두고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진보적 지지층의 표심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59세의 해리스는 81세의 대통령인 바이든과는 다른 세대”라면서 “바이든의 이스라엘에 대한 강한 지지 입장은 젊은 민주당원들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가 연설을 하는 동안 워싱턴 DC에서는 5000여명의 친(親)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가 “미국이 이스라엘에 무기를 공급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일부 시위대가 경찰 통제선을 벗어나면서 경찰이 최루 가스를 뿌리기도 했다.
미 의회 내부에서도 공화당 의원들은 네타냐후 총리의 연설에 기립 박수를 쳤지만 민주당 의원들 상당수는 침묵하거나 무표정한 모습으로 연설을 들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전범' 등의 문구가 쓰인 작은 손팻말을 들어보이기도 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