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조합 무한…오르간과 대중 거리 좁혀졌으면"

■ 오르가니스트 이민준
오케스트라 음색 비슷하게 구현
30일 롯데콘서트홀서 '오딧세이'
해리포터OST 등 대중음악 선봬

오르가니스트 이민준이 이동식 콘솔에서 스탑을 조정하고 있다. 사진 제공=롯데콘서트홀

잠이 많을 어린 나이부터 13년 간 성당에서 새벽 미사 반주를 해 오던 소년은 어느새 국내 최고 수준의 오르가니스트가 됐다. 2021년 생모리츠 콩쿠르 우승, 지난해 제2회 한국국제오르간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국내 대표 오르간 연주자로 자리매김한 이민준은 “이제 오르간 음악이 무겁지 않고 재밌다는 것을 관객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사명감을 내비쳤다.


국내에서 오르간은 아직 생소한 악기다. 전자식 오르간은 그나마 낫지만 파이프오르간은 규모 있는 성당과 교회를 가야만 만날 수 있고, 전문 공연장은 롯데콘서트홀과 부천아트센터 정도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 “오르간이 피아노처럼 편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는 이민준은 오는 30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오르간 오딧세이’ 무대를 통해 대중과 오르간의 거리를 좁히고자 한다.



오르가니스트 이민준이 취재진의 물음에 답하고 있다. 사진 제공=롯데콘서트홀

이번 공연에서 이민준은 리스트의 헝가리안 랩소디 2번, 존 윌리엄스의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 OST ‘헤드위그의 테마’, 바그너의 ‘발퀴레의 기행’, 모리스 뒤리플레의 ‘시실리안느’, 조지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 등 대중에게 익숙한 곡들을 연주한다. 이민준은 “가장 흥미로운 곡은 ‘랩소디 인 블루’라며 오케스트라 파트를 피아노와 함께 편곡해 굉장히 다채롭고 신나게 들으실 수 있을 것”이라고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무한에 달하는 소리 조합을 통해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느낌과 해방감을 받는다”라고 오르간의 매력을 표현한 이민준은 이번 공연에서도 다채로운 소리의 향연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민준은 “이번 곡들은 오케스트라와 피아노 협주 방식의 곡들이라 오르간의 음색으로 오케스트라와 비슷한 소리를 내고자 스탑(오르간의 음색)들을 최대한 많이 사용하고자 연구했다”고 말했다. 롯데콘서트홀의 최신식 리거 오르간은 4단 건반에 68개의 스탑, 5000여 개의 파이프를 보유 중으로, 오르간 고유의 음색부터 리드, 스트링, 플루트까지의 소리를 모두 낼 수 있다.



오르가니스트 이민준이 무대 위의 이동식 콘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롯데콘서트홀

현재는 오르가니스트로 활약 중이지만 원래 전공은 피아노였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김대진, 오윤주, 박영주를 사사했다. 오르간을 부전공한 그는 2020년 독일 뤼벡으로 유학을 떠나 오르가니스트 아르비드 가스트를 사사했고, 박사 과정까지 마쳤다. 지난해부터 다시 피아노 전문연주자과정을 수학 중인 이민준은 “언젠가 피아니스트로서의 모습도 보여드릴 것”이라며 “오르간에 피아노가 많은 도움이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르가니스트 이민준이 파이프오르간의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롯데콘서트홀

이민준은 9월 슈투트가르트 공연을 거쳐 다시 10월 3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개인 리사이틀을 갖는다. 그는 “판타지를 주제로 열리는 슈투트가르트 페스티벌에서는 알랑과 레거의 환상곡을 연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10월 공연에서는 그가 오르간에 입문하게 된 계기인 바흐의 파사칼리아와 막스 레거의 코랄 등 오르간의 진수를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그는 “박영희 선생님의 ‘기도 중에’를 초연하게 되어 영광”이라고 기대도 표했다.


종교 음악의 총체와도 같은 오르간을 연주하는 이민준에게도 깊은 신실함과 함께 음악을 대하는 진중한 태도가 느껴졌다. 이민준은 “시대가 변하고 음악의 트렌드도 변해 가지만 항상 음악에 진실하게 임하고자 한다”며 “제 음악으로 인해 사람들이 치유받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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