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하방 압력을 받고 있는 중국이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내린 데 이어 사흘 만에 정책금리도 깜짝 인하했다. 시중에 돈풀기를 이어가며 하반기 경제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인민은행은 25일 일부 시중 금융기관에 2000억 위안(약 38조 원) 규모의 자금을 공급하는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2.3%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MLF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시중은행에 자금을 빌려주는 유동성 조절 장치다. MLF 금리를 낮추면 시중은행은 더 저렴하게 자금 확보가 가능하고 이는 시중금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통상 매달 중순 1회 고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LPR 1년물·5년물의 방향성이 결정된다.
1년물 MLF 금리는 지난해 8월 2.65%에서 2.5%로 하향 조정된 뒤 1년여 만에 처음 조정됐다. 이달 15일 정기 발표에서는 2.5%로 동결됐으나 열흘 만에 깜짝 인하가 이뤄졌다. 그만큼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앞서 인민은행은 22일 기준금리의 역할을 하는 LPR 1년물과 5년물 모두를 0.1%포인트씩 낮추며 돈풀기에 들어갔다. 통상 MLF 금리가 동결되면 LPR도 변동이 없지만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3차회의(3중전회) 이후 경제 회복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LPR이 전격 인하됐다. 이날 MLF 금리를 낮춘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침체에 빠진 소비가 수출 호조를 상쇄해 예상보다 나빴다”며 “인민은행의 이번 발표는 예상됐던 것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당국은 예금금리 인하를 통한 소비 회복도 유도하고 있다.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중국공상은행·중국농업은행·중국은행·중국건설은행·교통은행 등 5대 국유은행이 이날 보통예금 연이율을 0.2%에서 0.15%로 내렸다. 금리 인하는 연쇄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CCTV는 “앞서 몇 차례 예금금리 인하는 대형 상업은행이 먼저 실시하고 시중은행·중소은행 순으로 뒤따랐다”며 “이날 (국유은행의 예금금리) 인하 후 다른 은행들도 예금 이율을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일련의 조치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고 예금금리를 낮춰 소비자들의 지출을 적극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분기 84.5%에서 올해 2분기 60.5%로 쪼그라들었다. 소비 위축에 따른 경제성장률 둔화도 심각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