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270만원어치 고기를 주문하고 잠적한 이른바 ‘노쇼’ 당했다는 정육점 업주의 사연이 전해진 가운데 업주는 형사고소 등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정육점 사장A씨는 "군부대에서 먹으려는데, 대용량으로 구매 원한다. 22일 월요일 오후 5시에 픽업하겠다"는 내용의 전화가 걸려왔다.
삼겹살 40kg, 목살 10kg, 한우등심 10kg 등 총 270만 원어치였다. 대량 주문이라 긴가민가하던 A씨는 "일일이 칼집 넣어가며 반나절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예정했던 픽업 당일, 시간이 됐는데도 손님은 오지 않았다.
A씨는 "전화를 하니 상관이 아직 오지 않아 오면 바로 가서 현장 결제할 거라고 했다"며 "현금으로 줄테니 아이스박스에 좀 넣어달라는 얘길했다"고 말했다.
A씨는 1시간이나 기다렸고,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더 이상 받지 않았다. 카카오톡 메신저도 차단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저는 지금 이 고기를 어떻게 처분해야 될지도 모르겠다"며 "아무래도 여기는 작은 시골 같은 도시다 보니 지역 장사"라고 말했다.
이어 "10명 중에 8명, 9명은 계약금 내라고 하면 기분 나빠한다"며 "솔직히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손님 놓치면 손해, 대용량 주문인데 그것도 또 놓치면 손해가 배가 된다"고 하소연했다.
결국 A씨는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주문자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으며 곧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고도 전했다.
노쇼 행위는 고의성이 입증될 경우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처벌 가능하다. 업무방해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해당 사연은 언론에도 보도됐고 이후 A씨를를 돕겠다는 네티즌들의 격려와 응원이 쏟아졌다.
덕분에 A씨는 노쇼로 떠안게 된 고기 물량을 모두 판매할 수 있게됐다. A씨은 "급한 일을 다 처리하고 나서 나중에 삼겹살 파티라도 열겠다"며 거듭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앞서 지난달에도 충북 청주의 한 음식점에서 군인을 사칭한 남성이 음식을 대량으로 주문하고 식재룟값 대납을 요구하는 일이 일어난 바 있다.
올해 들어 군인 사칭 사기 피해를 본 식당은 60곳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노쇼 피해 사례가 늘고 있지만, 이를 처벌할 명확한 규정이 딱히 없는 실정이다. 사기나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으나, 의도성을 밝혀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자영업자들은 서로의 노쇼 방지 노하우를 공유하고 나섰다. 공유된 노쇼 방지책으로는 계약금 이체받기, 주문내용·취소가능시각 등 문자로 남겨두기, 주문서 기록하기, CCTV 설치하기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