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77) 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한일월드컵 당시 대한축구협회와 불화가 있었다고 밝혔다.
25일 방송된 SBS ‘과몰입 인생사’에서 히딩크 전 감독은 “협회에서 선수 명단을 제안했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명단이 있다’고 거절했다”고 지난날을 떠올렸다. 협회가 평가전 명단 발표를 앞두고 추천 선수 명단을 보내고, 히딩크 전 감독이 이를 거절했다는 것이다.
히딩크 전 감독의 선수 기용은 파격적이었다. 그는 월드컵이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수비의 핵심인 홍명보를 명단에서 제외했고, 대표팀은 홍명보 없이 A매치 13경기를 치렀다.
검증된 스타 선수 대신 박지성, 설기현 등 신예를 적극 기용한 히딩크 전 감독의 용병술은 축구팬들의 불신을 낳기도 했다. 월드컵 1년 전에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대표팀이 프랑스에 5대 0으로 패배하고, 체코와의 원정 경기에서도 5대 0 대패를 거듭하자 히딩크 전 감독에게는 ‘오대영’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그러나 히딩크 전 감독은 월드컵 개막이 임박한 때까지 최종 엔트리를 내놓지 않았다.
그는 “팀이 만들어지면 주전 선수와 비주전 선수가 나눠진다. 주전 선수는 ‘나는 주전선수’라는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다”며 “비주전선수는 ‘나는 중요한 선수가 아니네. 나는 여기서 빠질래’라면서 소외된다. 이들이 팀에 집중하지 않는 상태가 되면 그게 팀이 망가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에게 계속 희망의 동기부여를 갖게 만드는 게 감독의 리더십이고, 이를 얼마나 길게 끌고 갈 수 있느냐가 명장과 평범한 감독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고 덧붙였다.
히딩크는 한국 축구의 특징에 대해서도 논했다.
그는 “일종의 위계 질서가 있었다. 나이 많은 선수는 어린 선수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중 나이 어린 선수가 기회를 가지면 선배에게 공을 넘기는 상황을 목격했다며 “비효율적일 수 있는 규칙을 고쳐나가야 했다”고 말했다. 감독의 지시에 따라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선후배 관계 없이 반말을 쓰기 시작했다.
한편 히딩크 감독이 이끈 한일월드컵은 ‘4강 진출’이라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월드컵을 통해 주목받은 박지성과 이영표 등 우리나라 선수들의 유럽 진출에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