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그룹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충격에서 벗어나 올 2분기 릴레이 최대 분기 실적을 거뒀다. 기업대출과 비이자이익이 늘어나며 실적 상승세를 이끌었다. KB금융(105560)은 1조 7000억 원대의 순이익을 기록해 1분기 신한금융에 내줬던 ‘리딩 금융’ 자리를 되찾았다. NH농협금융은 순이익이 1조 원 이상으로 불어 KB·신한에 이어 실적 순위를 3위로 끌어올렸다.
신한금융그룹은 26일 올 2분기 순이익이 1조 425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 2388억 원)보다 15% 증가했다고 밝혔다. 홍콩H지수 ELS 손실에 따른 배상 관련 충당부채 환입 등 일회성 이익을 제외한 경상 기준으로 역대 2분기 최대 실적이다. 하나금융그룹도 이날 2분기 순이익이 1조 347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9187억 원)보다 12.6% 늘었다고 발표했다. 하나금융의 상반기 누적 순이익은 2조 687억 원으로 역대 반기 기준 최대 기록을 갈아 치웠다. NH농협금융도 이날 올 2분기 순이익 1조 1026억 원, 상반기 1조 7538억 원을 거둬 분기·반기 기준 모두 최대 실적을 냈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KB금융그룹(1조 7324억 원)과 우리금융그룹(9314억 원) 역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의 순이익을 올렸다.
금융그룹들이 올 2분기 최대 실적을 거둔 것은 홍콩H지수 ELS 배상을 위해 쌓았던 충당금이 일부 일회성으로 환입됐고 기업대출과 비이자이익이 확대된 덕분이다. 신한금융은 “충당금 환익 효과를 제외하고도 최대 실적을 거둔 것은 기업대출 확대에 따라 이자이익이 늘어나고 신용카드·투자금융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 모두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 또한 “하나은행의 투자은행(IB), 퇴직연금, 신용카드 등 수수료 기반 수익이 고르게 성장한 것이 실적 개선의 이유”라고 전했다. KB금융도 주식시장 거래 대금 증가에 따른 증권 수탁 수수료 및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 등을 중심으로 비이자이익이 개선됐고 우리금융은 올 2분기 비이자이익이 5348억 원으로 1년 전의 2784억 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비은행 계열사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NH농협금융이 순이익 규모에서 하나·우리금융을 제치고 KB·신한금융에 이어 3위를 오른 것은 증권·보험·자산운용 등 비은행 자회사들이 고른 성장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비은행 계열사 손익 비중도 지난해 상반기 36.9%에서 올해 38.3%로 높아졌다. KB금융도 비은행 계열사의 이익 기여도가 40%에 달했을 정도로 은행과 균형 있는 성장을 이뤘다. KB금융이 신한금융에 내줬던 리딩 금융 타이틀을 1개 분기 만에 되찾은 배경이기도 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다만 올 하반기에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 금융그룹들의 실적 상승세가 주춤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이자 마진 등 하락 압력이 가해질 것으로 본다”며 “가계대출 규모를 조정하기 위해 문턱을 높이고 있는 점도 우려 요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