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사태로 모기업 큐텐의 대주주 구영배(사진) 대표도 몰락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G마켓을 창업하며 국내 e커머스 1세대의 성공 신화를 썼지만 이번 사태 수습 과정에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한국 유통업 생태계를 교란 및 붕괴시킨 인물로 평가받을 위기에 처했다.
26일 티몬·위메프 문제로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물론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셀러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지만 구 대표는 아직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는 이번 사태가 수면 위로 올라온 직후인 이달 중순 큐텐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에서 한국으로 귀국했지만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24일 사태 수습 계획을 묻는 서울경제신문의 문자메시지에 “지금 상황을 안정화시키고 있다”며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 전부다.
전라남도 구례 출신인 구 대표는 1999년 인터파크에 입사한 후 국내 e커머스 1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성장했다. 사내 벤처 형태로 시작한 회사를 G마켓으로 창업해 국내 1위 업체로 키워냈다. 이후 2009년 G마켓을 이베이에 매각할 때 ‘한국에서 10년간 경업 금지’를 약속해 2010년 싱가포르와 일본에 큐텐을 설립하고 동남아와 중국, 인도 등에 현지 플랫폼을 구축했다. 당시 구 대표는 ‘세계를 무대로 뛰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이 같은 꿈은 이번 사태로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경업 금지 기간인 10년이 지난 후부터 큐텐은 티몬·위메프 등 국내 e커머스 업체를 잇따라 인수하고 국내에서 영업하면서 구 대표의 성공 신화를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큐텐은 2022년 반려동물 커머스 행사인 ‘케이펫페어’에서 구 대표를 ‘글로벌 e커머스의 신화’라고 소개했다. 오픈마켓 특성상 판매자 모집이 중요한데 대외적으로 잘 알려진 구 대표의 이미지를 활용해 셀러들의 관심을 끈 것이다. 이번에 대금 정산을 받지 못한 판매자들 중 일부가 구 대표에 대한 원망을 피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큐텐의 최대주주인 구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사과하고 사재 출연으로 사태를 수습하는 등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구 대표가 어느 정도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과거 이베이에 G마켓을 매각하며 715억 원을 손에 쥔 이력이 있어 상당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구 대표가 이미 한국을 떠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구 대표가 2010년부터 싱가포르에서 활동하면서 현지에서 영주권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다. 최악의 경우 한국에서 티몬·위메프를 파산시키고 싱가포르에 거주하면서 큐텐이 최근 인수한 글로벌 플랫폼 위시와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경영에만 집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피해 셀러들을 중심으로 검찰이 출국 금지 조치를 하는 등 구 대표의 신병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