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어나기 힘든 강박장애를 앓는 환자에게 감마나이프 방사선 수술이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백선하·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팀은 2017~2023년 난치성 강박증으로 진단된 환자 10명을 대상으로 감마나이프 방사선 수술 후 치료 반응과 부작용을 평가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28일 밝혔다.
강박장애는 평생 유병률이 최대 3%에 달하는 비교적 흔한 정신과 질환이다. 어린 나이에 발병해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고 재발이 빈번하다.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가 주로 시행되는데 약 20%의 환자는 이마저도 반응하지 않아 대체 치료법이 절실했다.
감마나이프 방사선수술은 고강도 감마선을 사용해 뇌의 특정 부위를 최소침습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이다. 주변 건강한 조직에 대한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강박 증상을 유발하는 신경 회로를 차단한다. 전 세계적으로 임상연구 시행 사례가 드물고 어떤 강박증 환자군이 잘 반응하는지 알려지지 않은 실정이었다.
연구팀은 강박사고와 행동의 빈도 및 심각도를 측정하는 예일-브라운 척도(YBOCS)를 활용해 감마나이프 방사선수술에 대한 환자들의 반응 차이를 비교했다. 참여 환자의 50%는 치료 후 YBOCS 점수가 35% 이상 감소하는 완전반응, 20%는 부분반응을 보였다. 완전반응은 환자의 강박 증상이 상당히 호전돼 일상생활에 큰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는 의미다. 부분반응은 강박 증상이 호전됐지만 일부 증상이 남아 있음을 뜻한다.
평균 YBOCS 점수는 치료 전 26.2에서 치료 후 16.9로 크게 낮아졌다. 감마나이프 방사선 수술이 기존 치료법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에게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평균 발병 연령이 높거나 병의 지속기간이 10년 미만으로 짧고 입원 횟수가 적을수록 치료 반응이 좋았다. 권 교수는 “감마나이프 방사선수술에 효과적인 난치성 강박증 환자의 특징을 찾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환자의 특정 특성이 감마나이프 방사선수술의 효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밝혀내 환자 선별 과정에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정신의학 연구’ 최근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