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에 파리로 돌아온 올림픽의 개막식에서 ‘한국’이 아닌 ‘북한’이라는 소개에 가장 당황한 것은 우리 선수들이었다. 27일(이하 한국 시간) 프랑스 파리 센강에서 치러진 개막식 때 장내 아나운서는 우리나라 선수단을 ‘한국(République de corée)’이 아니라 ‘북한(République populaire démocratique de corée)’으로 소개해 논란을 불렀다. 우리 측 항의에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화로 사과한 것은 사태가 발생한 지 약 16시간이나 지난 뒤였다.
단체 구기 종목들의 본선행 실패 등에 따른 48년 만의 최소 규모(143명)로 출전한 파리 올림픽이다. 한국의 전체 메달 수가 20개도 안 될 것이라는 외신 전망도 있었다. 2021년 도쿄 올림픽 메달 수는 20개(금 6, 은 4, 동 10)였다. 이런 분위기에 더해 우리 선수들은 출발부터 어이없는 상황을 겪은 것이다.
개막식에서 나온 ‘역대급’ 사고가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우리 선수들은 오히려 더 힘을 냈다. 28일 오상욱의 펜싱 남자 사브르(머리·양팔 포함 상체만 공격 가능) 개인전 금메달로 한국은 2008년 베이징 대회부터 5회 연속 ‘개막 다음날 금메달’이라는 기분 좋은 기록을 썼다. 사격에서 나온 첫 메달을 포함해 한국은 ‘총검’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와 어두운 전망을 뚫은 셈이다. 아직 초반이지만 ‘금메달 5개-종합 15위’ 목표 달성을 향한 걸음이 가볍고 빠르다.
27일 한국 선수단 첫 메달은 ‘연습 벌레’ 박하준과 ‘엄마 사수’ 금지현이 공기소총 10m 혼성에서 합작했다. 631.4점의 본선 2위로 금메달 결정전에 나가 중국에 12대16으로 졌다. 깜짝 은메달이다. 돌 지난 딸을 키우는 금지현은 대회를 앞두고 “파리에서 메달을 따면 둘째를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었고 이날 “둘째 낳고 그다음 올림픽도 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되지 않는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올해 2월 도하 세계 선수권에서 르네상스를 확인한 한국 수영은 박태환 이후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배출했다. 28일 남자 자유형 400m에서 동메달을 딴 김우민이 주인공이다. 그동안 한국 수영의 올림픽 메달은 박태환 혼자 따낸 것(금 1, 은 3)이었으나 12년 만에 새로운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탄생했다. 김우민은 에이스 황선우 등과 함께하는 계영 800m에서 두 번째 메달을 노린다. 도하 세계 선수권 때 0.10초 차로 은메달을 따 사상 첫 세계 선수권 단체전 메달을 기록했던 종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