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없으면 손님 안와요”…숙박업소 점령한 ‘불법 OTT’

OTT 인기에 숙박업소 앞다퉈 서비스 제공
계정공유 '꼼수' 이용 OTT통합 제공업체 등장
숙박업체 운영자들 불법 여부 인지 어려워
B2B업체는 고사직전…"비싼 가격에 이용해야 할 수도"


"넷플릭스 없으면 손님이 많이 줄어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전용 객실을 만들었는데 불티나게 팔립니다.”


경북 구미시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A 씨는 넷플릭스, 왓챠 등 영상 콘텐츠 플랫폼을 한 데 모은 ‘통합 OTT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숙박업소에 방문한 투숙객들은 객실에 설치된 통합 OTT 서비스 덕에 로그인 없이 원하는 플랫폼에 접속해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다.


28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OTT를 이용한 영상 콘텐츠 시청이 생활화되면서 숙박업소에서도 다양한 영상 콘텐츠 제공을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통합 OTT 서비스 제공은 소수의 계정으로 수 십 개의 객실에 OTT 구동을 가능하게 하는 ‘계정 공유’ 방식 때문에 플랫폼사 약관에 위반되는 행위일뿐 아니라 위법 가능성도 있지만, 이 같은 계정 공유 방식을 통해 OTT를 제공하는 업체는 물론 계정 ‘쪼개 팔기' 업체까지 등장하고 있다. 플랫폼사들이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이들을 배려하기 위해 하나의 계정을 가족 구성원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계정 공유를 일부 허용하고 있지만, 통합 OTT 서비스 계정 공유 방식까지 수용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 업체들은 숙박업계와 계약을 맺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숙박업 전문매체 등에 광고를 싣는가 하면 온라인 카페에 별도 페이지를 개설하는 등 고객 늘리기에 힘쓰고 있다.


문제는 숙박업체 운영자들이 OTT 통합 서비스 제공을 합법적인 행위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한 숙박업소 운영자는 “우리는 당연히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랑 정식 계약을 맺고 단말기 설치와 OTT 통합 서비스를 제공 받을 뿐"이라며 “가격도 싸고 운영자가 관리해야 할 것이 없으니 편해서 숙박업소 사장님들이 앞다퉈 설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저작권 침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최근 OTT 플랫폼사들이 자체 콘텐츠를 생산하면서 스스로 저작권자로 등장한 가운데 이들의 콘텐츠를 정당한 대가 없이 이용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또 저작권자와 판권 계약을 맺고 B2B 형태로 콘텐츠를 공급하는 업체들의 계약 상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불법 서비스 업체들로 인해 영상 공급사나 OTT 플랫폼과 정식 계약을 맺고 영상물을 공급 받아 숙박업체에 제공하는 B2B 사업자들은 설 자리를 점점 잃고 있다. 숙박업소 등을 대상으로 콘텐츠 스트리밍 사업을 하는 루믹스미디어 관계자는 “지난 24일 전북 군산의 한 업소에서 우리 설비를 회수했다”며 “싼 가격에 OTT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업주들 입장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계정 공유는 숙박업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7월 7일부터 8월 31일까지 전국 13세 이상 시민 50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넷플릭스 등 유료 OTT를 사용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55.2%였는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69.6%의 이용자들이 계정 공유의 형태로 OTT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OTT업체들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넷플릭스는 올해 초부터 계정 공유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주 계정 소유자와 같은 집에 거주하는 경우에만 동시 접속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같이 거주하지 않는 경우 계정을 공유하려면 5000원 가량의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디즈니플러스 또한 올해 안에 계정 공유 단속에 나설 방침이다. 티빙, 웨이브 등 국내 OTT 업체들은 아직 계정 공유를 막고 있진 않지만 중장기적으로 수익성 개선을 위해 공유 금지 정책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용희 경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 OTT를 이용하면 플랫폼사들은 양질의 콘텐츠에 투자하고 공급하는 것을 꺼릴 것"이라며 “일부 OTT 플랫폼이 고사하고 나면 이용자들은 살아남은 OTT를 비싼 가격에 이용해야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