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계기로 소상공인들이 그동안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겪은 어려움이 재조명되고 있다. e커머스들이 판매 대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는 동안 소상공인들은 은행에 6%대 금리로 대출을 내가며 버텨온 형국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티몬·위메프 입점 업체들은 e커머스가 판매 대금을 지급하기까지 은행 ‘선정산 대출’이라는 상품을 활용해 자금을 융통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e커머스 입점 업체가 판매 증빙(매출 채권) 등을 은행에 제시하고 먼저 대출을 받아 부족한 돈을 메꾸다가 e커머스로부터 판매 대금을 받으면 은행에 상환하는 구조다.
현재 시중은행 가운데 선정산 대출을 취급하는 곳은 KB국민·신한·SC제일은행 정도다. 이들 3개 은행이 지난해 1년 동안 e커머스 입점 업체를 대상으로 빌려준 선정산 대출금은 약 1조 2000억 원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수시로 이들 업체가 선정산 대출을 받고 갚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지난해 말이나 올 6월 말 기준 대출 잔액은 700억 원대 규모다. 선정산 대출이 최종 상환되기까지 걸린 기간은 최장 67일로 알려졌는데 이는 e커머스 업체가 대금을 지급하기까지 이만큼 시간을 끌었다는 의미다.
선정산 대출 상품을 취급하는 KB국민·신한·SC제일은행이 이번 사태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만기가 도래한 입점 업체의 대출 상환 기간을 연장해주는 등 지원에 나선 이유다. 다만 티몬·위메프의 모기업 큐텐그룹 전체에 대한 주요 금융그룹의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미미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선정산 대출에 적용되는 금리는 현재 약 6% 안팎으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은행이 매출 증빙을 참고하지만 담보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거의 신용대출에 가까운 금리가 적용되는 실정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e커머스들이 입점 업체의 선정산 대출 이자를 분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소비자가 결제한 대금을 플랫폼이 카드사로부터 받아 활용하다가 두 달 뒤나 입점 업체에 지급하는 관행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