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巨野, 수권 정당 되려면 낡은 ‘부자 감세’ 프레임 벗어나야

서울경제신문이 28일 부동산R114에 조사를 의뢰한 결과 정부의 세제 개편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서울 아파트 4인 가구(배우자와 2자녀 기준)의 79%는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최근 상속세 자녀공제 확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을 골자로 한 ‘2024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이재명 전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주요 인사들도 중도층 표심을 의식해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감세론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막상 정부가 세제 개편안을 내놓자 거대 야당은 “초부자 감세” “부의 대물림”이라며 모두 반대하고 있다. 상속세 개편안의 수혜자 대다수가 중산층으로 드러남에 따라 ‘부자 감세’ 주장보다는 집값과 물가 상승을 감안한 조세의 정상화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낡은 조세 제도는 가계·기업 등 경제 주체들의 세 부담을 늘려 국가 경쟁력의 발목을 잡은 지 오래다. 정부안대로 상속세 최고세율을 현행 50%(최대주주는 20% 할증)에서 40%로 낮추더라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5%)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과도한 상속세 부담은 가업 승계와 자본시장 밸류업, 일자리 창출 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2021년 우리나라 재산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은 5.5%로 OECD 평균(1.7%)의 3배가 넘는다. ‘부자 징벌세’인 종부세 부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금투세가 시행될 경우 큰손 투자가들이 세금을 피해 이탈하면서 나머지 1400만 명의 투자가들도 주가 하락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감세 논의에 대해 “다양한 입장을 조정해 합리적인 결론을 내는 게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수권 정당의 면모를 보여주려면 ‘부자 감세’ 프레임으로 국민을 편 가르기 하지 말고 국제 기준에 맞춰 합리적인 세제 개편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참에 경쟁국보다 높은 법인세율(최고세율 24%)은 OECD 평균(22%) 정도로 낮춰 기업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백년대계인 세제 개편을 정략적인 셈법으로 접근한다면 내수·투자 활성화와 신성장 동력 발굴은 요원해지게 된다.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노란봉투법, 재정 악화를 초래하는 전 국민 25만 원 지급법 등 경제에 부담을 주는 입법 강행도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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