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다운타운에 위치한 크립토닷컴 아레나. 주변은 '케이콘(KCON) LA 2024'를 보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K팝 스타의 화장을 하고 옷을 차려 입은 젊은 여성들부터 부모의 손을 잡고 나온 어린 아이들까지 다양했다. 콘서트 입장을 위해 형성된 줄은 아레나 주변을 3분의 1가량 에워쌀 정도로 장관을 연출했다.
NBA팀 LA레이커스의 홈구장이자 매년 그래미 어워즈와 팝스타의 콘서트가 개최되는 크립토닷컴 아레나는 이미 K팝을 사랑하는 전 세계인들의 메카로 변한지오래다. 아레나 앞에서 만난 40대 남성 마이클씨는 "케이팝 스타 중 비비를 너무 좋아해서 패서디나에서 직접 운전해 왔다"며 "당신은 누구를 제일 좋아하냐"고 만면에 웃음을 띄며 기자에게 되물었다.
이날 오후 6시30분 케이콘의 하이라이트인 콘서트(엠 카운트다운)가 시작되자, 관중석을 가득 채운 K팝 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날 호스트인 전소미가 유창한 영어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이후 TWS와 엔믹스, 미아이, 조유리, god, 엔하이픈 등이 잇따라 등장해 실력을 뽐냈다. 2만여명의 관중들은 케이팝 스타가 등장할 때마다 열정적인 환호와 함께 한글로 이뤄진 노래를 따라 불렀다. 일부 관중들은 객석에서 아이돌의 춤을 그대로 추기도 했다.
각자 준비해온 형광봉을 흔들면서 리듬을 타는 모습을 보며 전 세계인들을 하나로 만들 수 있는 케이팝이 가진 힘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케이콘을 보기 위해 일부러 여름 휴가를 내고 LA로 왔다는 한 20대 한국 여성은 "그동안 홍콩 등 아시아에서 하는 각종 케이팝 콘서트는 참석했었는데 LA에서 하는 케이콘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미국 본토에서 직접 노래를 떼창하고 춤을 따라추는 현지인들을 보니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럽다"고 감격스러워했다.
25주년의 관록을 자랑하는 god의 등장은 이번 콘서트의 화룡점정이었다. god의 박준형은 마이크를 잡고 "여기는 내 홈타운"이라며 관객들의 깊은 호응을 이끌어 냈다. god의 윤계상은 "케이콘으로 LA를 찾은 것은 처음"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god는 '거짓말', '촛불하나', '하늘색 풍선' 등 90년대 메가히트를 이끈 인기곡들을 잇따라 불렀다.
케이콘에서는 K팝 아티스트들의 콘서트만 열리는 게 아니다. 오전 9시30분부터 K팝 팬들의 커버 댄스 오디션 ‘드림스테이지’가, 10시부터는 아티스트와 팬들이 가까운 거리에서 만나는 ‘미트 앤 그리트’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컨벤션센터 내부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중간중간 아티스트들의 퍼포먼스와 토크쇼가 열렸다. 특히 엔하이픈의 댄스를 커버하는 '드림스테이지'를 통과한 관객들은 엔하이픈과 함께 케이콘 무대 전체를 꽉 채웠다. 엔하이픈과 오디션 통과자들은 합동 공연 후 같이 사진을 찍으며 관중석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K팝 열풍은 K뷰티 열풍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컨벤션센터에 설치된 360㎡ 규모의 CJ올리브영 부스에는 오전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방문객들은 70여 개 국내 브랜드 제품 약 200개 제품을 일일이 테스팅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방문객들은 각자 올리브영이 제공한 가방을 들고 아레나에 입장하는 장관을 연출했다.
미국 CW네트워크 방송은 마지막 날인 28일 엠카운트다운 무대를 생중계했다. 미국 지상파 방송에서 K팝 관련 행사를 생중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2년 미국 어바인을 시작으로 전 세계 각 지역에서 개최되어온 CJ ENM의 KCON은 음악 콘텐츠를 중심으로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페스티벌 모델을 제시하며 한류 확산에 선구적인 역할을 해왔으며, 올해로 12년째를 맞이했다. 미국, 일본, 아랍에미리트, 프랑스, 사우디아라비아 등 13개 지역에서 개최됐으며, 누적 관객 숫자만 183만여 명에 달한다. CJ ENM 관계자는 “케이콘 LA 2024 첫날 4만명이 찾았다”며 “사흘간 10만명이 훌쩍 넘는 관객이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