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훈영(30·인천시청)은 여자 양궁 대표팀이 올림픽 여자 단체전 10연패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가장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을 선수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인 임시현(21·한국체대)만 국제대회 경험이 있을 뿐 전훈영과 막내 남수현(19·순천시청)의 국제 무대 경험은 전무하다시피 해 대표팀이 과연 10연패를 이룰 수 있을지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올해 월드컵 1, 2차 대회에서 거푸 중국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면서 우려는 현실화하는 듯했다.
전훈영은 맏언니로서 팀을 이끌어야 하는 입장이었기에 더 마음이 무거웠을 터다.
전훈영은 28일(현지시간) 치러진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에서 제 몫을 다했고, 값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전훈영은 "그동안 운동을 그렇게 힘들게 하지는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올림픽을 준비하면서는 너무나 힘들었다. 10연패라는 게 너무 부담이 많이 됐고, 첫 메이저 대회 출전이다 보니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10연패를 이루는 데에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고 더 준비하고 훈련했다. 그래서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울었다는 전훈영은 취재진 앞에서는 웃기만 했다. 이제는 여유롭게 준비 과정을 돌아볼 수 있다.
전훈영은 "나라도 우려가 됐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난 진짜 팬들이 못 보던 선수이기 때문에"라며 씩 웃었다. '공정한 과정을 거쳐서 내가 선발돼버렸는데 어떡하나? 그냥 내가 해야지!' 하는 마음가짐으로 훈련 과정을 버텼다고 한다.
전훈영은 이날 첫판이던 대만과 8강전에서는 완전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준결승부터 10점 횟수를 늘려가더니 결승에서는 슛오프에서 임시현과 나란히 결정적 10점을 쏴 우승을 확정 지었다.
전훈영은 "자신감은 8강전부터 있었는데, 이상하게 조준기가 안 맞았다"면서 "(준결승부터는) 조준기를 맞췄으니 하던 대로 하자는 마음으로 쐈다"고 말했다.
전훈영은 이제 여자 개인전을 남겨두고 있다. 동고동락하며 대회를 준비한 남수현, 임시현과는 이제 메달을 놓고 경쟁하는 사이다.
전훈영은 "단체전 10연패를 가장 큰 목표로 생각하고 왔기 때문에 이제 그 목표를 이뤄서 개인전에는 조금 더 마음 편하게 경기에 임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