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반도체 직접 보조금 지급을 포함한 추가 지원 방안을 내놓을 수 있다고 밝혔다. 체코 원자력발전소는 체코 측이 총 4기가와트(GW)의 원전 건설을 장기 에너지 계획에 못 박았고 한국이 추가 2GW에 대한 우선권이 있는 만큼 수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1GW는 일반적인 원전 1기의 설비용량이다.
안 장관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뤄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반도체 업계의 보조금 지급 요청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더 효과적인 방법을 (강구)해보려는 상황”이라며 “세액공제만 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현실에 맞게 최근 (26조 원 규모의) 반도체 지원책을 발표했는데 그게 끝은 아니다”라며 “상대국에서 우리보다 압도적으로 더 많은 지원책이 나와서 우리가 하는 게 모자라면 당연히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달부터 반도체 산업에 18조 1000억 원 규모의 정책금융 지원을 하고 있다. 간접 지원 방식이라 미국·중국·일본·대만 등 경쟁국에 뒤진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19일 “전세계가 반도체 공급물량을 늘리기 위한 시설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팹(공장) 하나를 짓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20조 원”라며 “기업이 과거처럼 ‘혼자 알아서 잘 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지경이라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에 올해 일몰 예정인 세액공제 기한 10년 연장부터 임시투자세액공제 3년간 재도입까지 22대 국회 초반 여야가 앞다퉈 정부안을 웃도는 더 강력한 반도체 추가 지원책을 내놓는 가운데 실물경제를 관장하는 주무부처 수장으로서 융통성을 최대한 발휘해 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특히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산업부 산하에 차관급 조직인 국가반도체산업본부를 신설하고 본부장 승인을 통해 반도체 클러스터 입주 기업 등에 정부 재정을 투입할 수 있게 하자는 구상을 내놨었다. 산업부는 이르면 다음 달 반도체 생태계 종합 지원 방안의 후속으로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안 장관은 한국수력원자력 컨소시엄이 체코의 ‘2+2’ 신규 원전 건설 계약을 모두 따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는 “체코 정부가 우선협상 대상자와 함께 (현지) 장기 에너지 계획을 발표했는데 계획상 기본적으로 4기의 원전이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며 “이번에 2기를 잘 끌고 나가게 되면 나머지 2기도 우리가 우선협상권이 있으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2기에 24조 원임을 고려하면 총 48조 원 규모의 수주가 가능한 셈이다.
남은 변수는 체코 정부의 곳간 사정이다. 안 장관은 “체코 입장에서는 이게 워낙 막대한 예산 사업이다 보니 유럽연합(EU) 전체 차원에서 국가별 채무를 유지해야 하는 조건이 흔들리게 될 수도 있다”면서 “나머지 원전 2기 (협상) 때는 자체 재정만으로 한다고 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때 금융 측면에서 어떤 논의가 될지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수출한다는 목표에 대해서는 “최대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국내 원전 생태계를 키우고 살리는 것”이라며 “원전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이라 앞으로 굉장히 전도유망한 분야”라고만 답했다. 그는 또 “한미 간의 신뢰와 협력이라는 기초 공사 위에서 (전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기반이 잘돼 있다”면서 “계속해서 후속 사업에 도전하겠다”고 덧붙였다. 소형모듈원전(SMR)과 관련해서는 “대형 원전과 달리 민간의 역할이 굉장히 크다”며 “한수원·원자력연구원 등과 민관 합작법인 같은 것을 도입해보려고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로 한 치 앞을 예상하기 힘든 미국 대선에 대해서는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강구하고 있다”며 “중요한 건 에너지 정책”이라고 꼽았다.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서나가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베트남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상계관세를 부과했던 일을 언급하면서 “상황에 따라 이런 일이 재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한국은 지난해 11월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에서 7년 만에 ‘관찰 대상국’에서 벗어난 뒤 올해 6월에도 제외되면서 환율 문제에서는 한 발 비켜나 있다.
미국이 한국의 최대 무역수지 흑자국이 된 데 따른 보복관세 조처 등은 기우라고 봤다. 안 장관은 “(미국이 무역적자를 내는 상위) 7개 국가 중에 우리나라가 (대미) 투자를 제일 많이 한다. 고용 창출도 마찬가지”라고 역설했다. 이어 “교역 문제로 따지고 보면 한국이 얼마든지 미국 측에 리프리시(환기)해야 될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지금 미국 소고기의 넘버원 수입국”이라고 설명였다. 그는 “(미국이) 반도체 등 첨단기술 제조업 기반을 키우겠다는 데에 우리나라가 제일 많이 가장 적극적으로 협력을 하고 있어서 향후에 통상교섭본부를 중심으로 이를 잘 어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