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양궁 견제의 역사…선수는 바뀌어도 金은 안 바뀐다[올림픽]

36년 동안 여섯 번이나 규칙 바꿔
룰·코로나 등 변수에도 오히려 완승

29일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시상식에서 한국의 전훈영(왼쪽부터)·임시현·남수현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하트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파리=성형주 기자

양궁의 경기 방식 변천사는 한국 양궁 견제의 역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36년 동안 여섯 번이나 손을 봤지만 그때마다 한국은 새 방식에 적응했고 변함없이 정상을 지켜냈다.


임시현·전훈영·남수현이 나선 여자 양궁은 29일(한국 시간)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세트 승점 5대4로 이겼다. 단체전이 처음 도입된 1988년 서울 대회부터 올림픽 단체전 10연패. 미국 남자 수영 400m 혼계영과 함께 연속 우승 최다 타이기록이다.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때 도입된 ‘올림픽 라운드’는 2004년 아테네 대회까지 유지되다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변화를 맞았다. 한 팀이 27발씩 쏘던 방식에서 3명이 2발씩 4회에 걸쳐 총 24발을 쏘도록 바뀌었다. 한 발당 시간도 40초에서 30초로 줄었다. 이변을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박성현·윤옥희·주현정으로 여자 단체전 6연패를 이뤄냈다.





2012 런던 대회 때 도입된 세트제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단체전에도 적용됐다. 한 세트를 이기면 2점, 비기면 1점, 지면 0점이고 세트 점수 합산으로 승자를 가린다. 돌풍까지 불어 승부를 알 수 없었지만 장혜진·최미선·기보배는 여유롭게 금메달을 나눠 가졌다.


2021년 도쿄 대회의 9연패 주인공은 안산·장민희·강채영이었다. 코로나19로 대회가 1년 연기되는 파행에도 이변은 없었다. 결승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를 6대0으로 완파했다.


올림픽이 미뤄지면서 대표 선발을 놓고 복잡한 셈법이 요구됐는데 대한양궁협회는 2020년 대표 선발전 결과를 접어두고 2021년 선발전을 새로 진행했다. 협회는 대회 때마다 지극히 사소한 내용까지 담아 보고서를 남긴다. 올림픽에 가는 선수는 매번 바뀌어도 ‘이기는 법’은 계속 진화하면서 전수된다.


올림픽 준비 과정을 돌아본 전훈영은 경험 부족 우려가 있었던 데 대해 “나라도 우려됐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진짜 팬들이 못 보던 선수기 때문”이라며 “‘공정한 과정을 통해 선발돼버렸는데 어떡하나, 그냥 내가 해야지’ 하는 마음가짐으로 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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