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장기화 해법…간호법 제정 힘 받을까

의정갈등 장기화 속 법안 재추진
여야 당론 채택에도 의사단체 반대
PA 간호업무 제도화가 최대 쟁점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간호법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커졌다.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사직서를 낸 전공의 중 극히 일부만 수련병원에 돌아온데다 이달 말까지인 하반기 전공의 모집 역시 저조해 일선 병원들의 인력난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PA 간호사가 의료공백을 메울 대안으로 떠올랐는데 대한의사협회를 필두로 의료계의 반대가 거센 만큼 의정 갈등의 또 다른 불씨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간호사의 업무 범위와 처우 개선 등을 담은 법률 제정안이 22대 국회 개원이후 4건 발의됐다. 이 중 국민의힘 원내대표인 추경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간호사 등에 관한 법률'과 더불어민주당 강선우·이수진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간호법'이 지난 22일 법안심사소위원회 테이블에 올랐다.


간호법은 현재 의료법에서 규정하는 간호사 등의 업무를 떼내 독자적인 법률로 제정하자는 것이다. 간호사 업무 범위와 간호인력 수급, 양성 및 근무환경 개선 등에 관한 사항을 좀 더 명확히 하는 데 목적을 둔다. 대한간호협회가 1977년 처음 추진한 이후 47년간 간호계의 숙원이었다. 법안 모두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급증하는 간호간병 서비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신규 법안이 필요하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세부 조항에서 여야간 조율이 필요하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의사 대신 의료행위를 해오던 ‘PA(Physician Assistant·진료보조) 간호사의 업무 규정 여부가 대표 쟁점이다. 추 의원안은 간호사가 의사의 지도·위임 하에 '검사·진단·치료·투약·처치' 등의 업무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는 등 PA 업무를 구체화했다. 기존 특성화고와 학원 뿐 아니라 전문대 출신도 간호조무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학력제한을 폐지한 것도 특징이다. 반면 강 의원안은 간호사의 업무를 현행 의료법과 동일하게 규정하되 의료기사 등의 업무는 제외했고 PA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했다. 지난해 간호법 제정 추진 당시 가장 논란이 컸던 ‘지역사회’ 문구는 빠졌다.


간호법은 지난해 4월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지만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양당 모두 간호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회 통과 자체가 어렵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의대 정원 증원을 계기로 촉발된 의료 공백 장기화가 변수로 작용해 1년 여만에 정부·여당도 찬성 쪽으로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다만 의사들의 반대는 여전히 거세다. 의협은 간호사 근무영역 규정과 관련해 "문구를 수정했을 뿐 사실상 동일한 내용이다. 간호사의 활동영역을 무한히 확장함으로써 의사의 지도·감독을 벗어난 불법 의료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18일에는 보도자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정부가 촉발한 의료농단 사태를 강 건너 불구경하다가 이제 와서 간호법이라는 기름을 붓고 있다"며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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