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지원을 명분으로 가자지구 전쟁 개입을 시사했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저녁 집권 정의개발당(AKP) 회의 연설에서 “오늘 가자를 완전히 파괴한 이들이 내일 아나톨리아(튀르키예 지역)로 눈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보장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이런 터무니없는 짓을 하지 못하게 하려면 우리가 매우 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을 겨냥해 “우리는 카라바흐에서 했던 것처럼, 리비아에 진입했던 것처럼, 그들에게 비슷한 조처를 할 수 있다”며 “이렇게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튀르키예는 2020년 9월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 영토를 놓고 아르메니아와 분쟁을 벌인 동맹국 아제르바이잔을 위해 군사 훈련 등을 제공하며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 튀르키예 정부는 아제르바이잔의 작전에 직접적인 역할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지난해 군사 훈련과 현대화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동맹국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해 1월에는 리비아 내전에도 개입했다. 이슬람 원리주의를 강조하는 통합정부(GNU)와 세속주의 군벌 리비아국민군(LNA)의 분쟁에서 튀르키예는 GNU를 지원하기 위해 군을 보낸 것이다. 현재 리비아의 GNU를 이끄는 압둘 하미드 드베이바 리비아 총리는 튀르키예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에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도 이전 사례처럼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가자 전쟁 발발 후 줄곧 하마스와 팔레스타인을 옹호하며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비판해왔다.
이스라엘은 즉각 반발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X(옛 트위터)에서 “에르도안이 (이라크) 사담 후세인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을 침공하겠다고 위협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에르도안 대통령과 사담 후세인이 2003년 미군에 체포됐을 당시 모습을 붙인 사진을 게시하며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났고 어떤 말로를 맞았는지를 에르도안에게 상기시켜주자”고 말했다.
사담 후세인은 1991년 걸프전 도중 이스라엘을 전쟁에 끌어들이려 텔아비브에 스커드미사일 수십 발을 쏜 적이 있다. 그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 체포돼 2006년 12월 사형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