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에 떠밀린 소상공인…"100일치 자금 묶여있어, 엄정한 수사해야"

소상공인, '티메프 사태' 피해 호소해
"관행화된 플랫폼 정산이 근본적 원인"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 촉구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티몬 위메프 사태 피해 입점업체 피해사례 발표 및 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방기홍 전국문구점살리기연합회 회장이 피해사례를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커머스 티몬·위메프의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피해 업체들이 ‘티메프 사태’에 대해 “관행화된 플랫폼 정산 구조로 비춰볼 때 이미 예견된 사태”라며 철저한 진상 파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화를 촉구했다.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티몬 위메프 사태 피해 입점업체 피해사례 발표 및 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피해업체들은 “수많은 업체들이 정산 지연으로 인해 권고사직과 도산까지 고려하는 상태”라며 이같이 호소했다.


방기홍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전국문구점살리기연합회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어쩔 수 없이 온라인 시장 판매를 시작하게 됐다”면서 “현재 석 달치 자금이 묶여 있어 자금경색으로 많은 업체들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소사업업자에게는 생계수단을 잃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고, 이에 따라 제조업자들도 피해를 보게 되는 구조다. 입점업체(셀러)들의 피해가 연쇄적인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정부가 유념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피해 업체들은 관행화된 플랫폼의 정산 구조를 문제로 꼽았다. 플랫폼들이 판매대금을 즉시 지급하는 대신 지급 주기를 수십일 간 늦추면서 이를 일시적인 현금 자금으로 동원한다는 지적이다. 김홍민 한국통신판매사업자협회 회장은 “플랫폼이 입점 업체로부터 75일 전 판매 대금을 미리 받은 뒤 지급하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며 “위메프와 티몬의 경우에도 지연된 정산 대금을 모기업이 큐텐이 사용했는지에 대한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통시장 상인들도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판로 확대 과정에서 피해를 입었다. 김대형 중랑시장 상인회장은 “서울시에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전통시장 상인들의 온라인 판매를 지원하면서 위메프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게 됐다”며 “상당수 상인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지만 위메프의 경영 상태에 대해 미리 알지 못했다. 매일 50~100만원 광고비를 쏟아부으면서도 손해를 보는 이 상황에서 앞으로 어떤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대형 회장은 발언 중 이날 오전 위메프 측으로부터 받은 ‘광고비 충전’ 문자를 보여주기도 했다.
피해 업체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피해 구제책 마련을 강조했다. 김대형 회장은 “코로나19 시기 대출했던 소상공인중 대출액을 갚지 못해 폐업조차 하지 못한 이들이 허다해 (정부의 금융 지원책이) ‘언 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소상공인과 소비자들에게 즉각적인 해결방안을 강구해달라”고 촉구했다.


“큐텐 지분을 매각해 사태를 수습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 구영배 큐텐 회장에게도 신속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정보영 안앤락 본부장은 “구 회장은 일련의 사태가 정산 시스템의 문제라고 했지만, 정산금을 금액을 지정된 날짜에 받지 못하는 게 시스템 문제인지 의문이 든다”며 “시간 끌기로 대응하지 말고, 피해 업체들의 회사 사정을 고려해 회사 자본금을 빨리 처리해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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