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영상 연구 때 ‘수면의 질’ 고려해야 할 근거 나왔다

■김기웅 분당서울대 정신과 교수 연구팀
수면의 질이 뇌 부피 일주기 변화에 미치는 영향 분석
MRI 촬영시간 간격 영향…주요 교란변수로 포함해야

올해 5월 서울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열린 제1회 '한강 잠퍼자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숙면을 취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활용한 뇌영상 연구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정상적인 인지능력을 가진 60세 이상의 노인 1003명을 대상으로 뇌 부피의 일주기 변화에 수면의 질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수면의 질과 촬영시간이 중요한 변수임을 확인했다고 29일 밝혔다.


의료영상 장비로 측정한 뇌의 부피는 신경퇴행성 질환을 평가하는 중요한 데이터로 쓰인다. 유전적 요인, 노화, 질병에 의한 영구적인 변화 뿐 아니라 대뇌의 혈류, 수분 섭취, 체액 재분배와 같은 요인도 뇌의 부피에 영향을 준다. 누워있다가 몸을 일으키는 식의 자세 전환 과정에서도 체액이 재분배되고 대뇌 혈류량이 감소하는 등 하루 동안 뇌의 부피는 다양한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고 변화한다고 알려졌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진 제공=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은 수면의 질이 혈류량과 상호작용을 하는 만큼 뇌 부피 변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가정을 입증하기 위해 연구에 착수했다. 먼저 수면의 질을 평가하는 피츠버그 도구(PSQI)를 토대로 양호(PSQI 5점 미만), 경계(PSQI 5~9점), 나쁨(PSQI 10점 이상)의 3가지로 나눴다. 이후 뇌 MRI 촬영시간의 간격에 따라 전체 대상자를 단시간(420분), 중간시간(421~635분), 장시간(636분 이상)의 세 그룹으로 분류했다. MRI 촬영으로 전체 뇌 부피와 회질, 대뇌 회질, 외피 회질, 하부 피질 회질, 뇌척수액 수치를 측정해 분석한 결과 수면의 질이 경계 또는 나쁜 그룹은 영상 촬영 시간에 따른 뇌 부피에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수면의 질이 양호한 그룹은 MRI 촬영시간에 따라 뇌 부피가 유의미하게 달랐다. 밤에 잘 때 증가했던 뇌혈류가 기상 후 신체활동으로 인해 다른 신체 부위로 빠져 나가면서 7시간 가량 뇌의 부피가 줄어들다가 다시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뇌 부피의 뚜렷한 일주기 변화는 체액과 혈류가 뇌로 충분히 이동할 수 있는 양질의 수면군에서만 확인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연구는 수면의 질이 뇌 부피의 일주기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전 세계 최초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수면의 질이 좋은 그룹(양호)에서 MRI 촬영 시간과 평균 기상시간 간격에 따른 그룹 간 뇌 부피 비교. 사진 제공=분당서울대병원

김 교수는 “향후 수면의 질과 뇌 MRI 촬영시간 간의 간격을 주요 교란변수로 포함시켜 뇌 영상의 진단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뇌 부피의 일주기 변화를 수면장애 진단의 생체표지자로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뇌영상 분야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뉴로이미지(NeuroImage)’ 최근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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