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경찰청장 후보자로 지목된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의 인사청문회가 29일 오전 10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렸다. 청문회에서는 다양한 질의와 비판, 각종 의혹 제기 등이 있었지만, 크게 △자료제출 부실 △가족 의혹 △현안 △수사외압 등을 주제로 한 질의가 주된 내용이었다.
◇ 청문회 초반부터 ‘자료제출’ 두고 與野 줄다리기
청문회 시작 초반부터 여야 위원들은 조 후보자의 자료제출을 두고 줄다리기를 했다. 야당 의원들은 조 청장이 배우자와 자녀가 오피스텔 매입과 관련해 금전거래를 한 내역과 자녀 해외유학 자금원 증빙자료인 해외송금내역, 채해병 수사심의위원회 사건설명서 사본 등 요청한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능력과 자질을 검증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작정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후보자에 대한 ‘신상 털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여야의 대립에 신정훈 행안위 위원장은 “오늘 자료 제출에 대한 위원님의 발언 외에도 지금까지 경찰청에 자료 제출 상황들을 보면 청문회가 제대로 될 수 있을 것인가 의심할 정도의 상황”이라며 “ 조 후보자가 자료제출 요구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조 후보자는 “이번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가족들 특히 두 아이들을 설득하는 것이었다”라며 “경찰청에서 제출해야 되는 여러 가지 자료들과 관련해서는 경찰청과 협의하겠다”고 답변했다.
◇ “수사 완결성 제고”… 포부 밝힌 조지호 후보자
조 후보자는 모두발언을 통해 “수사의 완결성과 책임성, 신속성을 제고하겠다”고 향후 목표를 밝혔다.
조 후보자는 “일상의 위험과 범죄에 맞서 경찰의 역할을 기대하는 국민의 부름 앞에 준엄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라며 “경찰청장의 소임이 주어진다면 국민이 안전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민생치안 확립에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 활동의 목표를 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생활 주변의 위험요인을 선제적으로 제거하겠다”라며 “악성사기 마약 도박 등 인생 침해 범주에는 배후조직과 범죄수익 자금원을 끝까지 추적해 범죄 의지를 원천 차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조 후보자는 경찰의 수사 지휘와 관리 감독 체계 개선, 일관성 있는 법 집행 등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는 “모든 법 집행과 치안정책의 지향점은 국민이 돼야 한다”며 모두발언을 마무리했다.
◇ 장남 의경 복무, 차남 편법 증여, 배우자 위장전입 의혹 제기
이날 청문회에서는 장남의 의경 복무, 차남의 편법 증여 등 자녀와 관련한 의혹과 배우자의 위장전입 의혹 등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 등 야당 측은 조 후보자가 강원경찰청 생활안전과장으로 재직하던 2013년 12월 당시 조 후보자의 장남이 같은 경찰청 소속 기동1중대 의경으로 복무한 사실을 꼬집으며 ‘아빠 찬스’ 의혹을 제기했다.
윤 의원은 조 후보자의 아들이 의경으로 복무할 당시 의경 경쟁률이 15~20대 1이 넘어간다는 점을 지적하며 “당시 조 후보자는 의경 담당 과장이었고, 장남의 군복무 기간 직전까지 강원경찰청에서 근무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후보자는 ‘전혀 문제없다’고 했다. 이 것이 도덕적 해이가 아니고 무엇이냐”라며 “조 후보자는 장남이 복무한 1기동 1중대는 선봉중대로 출동이 많고 험하기로 유명하다고 해명했는데, 장남은 행정, 운전, 취사를 담당하는 본부소대에 있었다”고 덧붙였다.
조 후보는 “아이가 의경에 갔는지 몰랐다. 아들이 시험을 볼 때 내가 과장이 아니었다”며 “(강원경찰청에 배치된 것도) 장남이 사격을 잘 못해서 경기도에 지원했는데 탈락해 넘어간 것”이라며 반박했다.
차남이 오피스텔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배우자가 차남에게 돈을 2% 저리로 빌려주고 대신 오피스텔 계약을 맺는 등 대출을 가장한 우회 증여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조 후보자는 “코로나19로 (미국에 거주하는) 차남이 귀국을 하지 못해서 부동산담보대출을 받지 못해 배우자가 대출을 받아 빌려줬다”며 “매월 이자 25만 원씩이 배우자의 통장으로 이체되고 있으며,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아내와 관련된 의혹도 제기됐다.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 후보자가 2014년과 2015년에 배우자가 위장 전입을 한 기록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2014년 10월 21일 서울 송파구 가락로 소재의 한 아파트로 전입신고를 했으며, 조 후보자의 배우자는 같은 달 21일에 남양주시 도농로 소재의 아파트에 주소지를 둔 것으로 나타났다.
조 후보자는 “남양주에서 전세를 살다 송파구에 집을 사 이사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남양주 아파트의 전세가 빠지지 않았다”라며 “(전세금이) 2억6000만 원 정도 됐는데, 배우자 명의로 계약이 돼 있어서 할 수 없이 전세금을 받을 때까지 위장전입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후 조 후보자의 배우자는 2015년 1월 5일 송파구로 주소를 옮겼다 같은 해 2월 영등포구 선유로로 주소지를 재차 옮겼다. 이와 관련해 조 후보자는 “처조카가 서울에 대학을 진학하면서 처형이 부탁해 대신 전세 계약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이 “주민등록번호만 옮기면 위장전입이며, 위장전입은 3년이하의 징역 혹은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는 중범죄”라고 지적하자 조 후보자는 “(남양주의 경우) 법을 지키기 위해 집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나”라며 “질타를 받아야 하지만 사정을 헤아려달라”고 답했다.
◇ ‘티메프’ 사태엔 “기초 자료 조사”, 경찰관 사망 사고엔 “대책 마련”
사회 현안 및 수사와 관련된 질문도 이어졌다. 최근 발생한 티몬·위메프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해 대응 방안을 묻는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조 후보자는 “(티몬·위메프 사태에) 경찰은 어떤 입장이냐”는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현재 금융당국에서 위법사항을 점검 중인 것으로 알고 있으며, 금융당국의 수사 의뢰가 있으면 바로 수사에 착수하겠다”라며 “금융당국의 수사의뢰가 있을 것을 대비해 기초 자료는 경찰도 조사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 후보자는 최근 일선 경찰관들의 잇단 사망사고의 배경에 서울경찰청의 과도한 실적 압박이 있었다는 지적에는 “장기 사건이 많은 이유를 파악하라고 했을 뿐 ‘줄 세우기 식’ 압박은 주지 않았다”라며 “경찰청에서 현재 실태진단팀 꾸려 오늘부터 활동하는데, 실태진단이 끝난 뒤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답했다.
◇청문회 흔든 ‘수사외압’ 공방… 용산 개입說도
이날 청문회의 증인으로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된 인물들이 다수 출석했다. 이날 청문회장에 모습을 드러낸 백해룡 전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경정)은 “세관 마약 수사와 관련한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백 경정은 “지난해 9월 세관 직원들이 마약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사건과 관련한 언론 브리핑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당시 영등포경찰서장이 전화해 브리핑을 연기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 조병노 전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경무관)으로부터 “용산에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발언을 들었다”고 밝혔다.
수사 외압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조 경무관은 백 경정에게 '보도자료에서 관세청 관련 내용을 삭제하라'고 압박한 의혹을 받는다. 당시 백 경정은 세관 공무원이 마약 반입에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이어오던 때였다.
반면 조 경무관은 외압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백 경정에게 전화를 한 것은 맞지만, 수사를 무마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조 경무관은 도이치모터스와 관련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를 통해 승진 청탁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이 전 대표를 만난 적도 없고, 승진 로비를 하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경찰청은 수사 외압 의혹이 제기되자 조 경무관을 감찰한 뒤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 넘겼지만, 불문에 그쳤다. 이후 경찰청은 조 경무관에게 경고 조치를 내렸다. 반면, 백 경정은 서울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으로 좌천성 발령 조치됐다. ‘공보규칙 위반’ 등이 그 이유였다.
백 경정은 “의도가 있는 보복성 인사조치”라며 “감사도 두 차례 받았으며, 이는 인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자는 “좌천성 인사는 맞지만, 보복성 인사는 아니다”라며 의혹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