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 탈퇴 멜라니에 習, 전기차 협력 등 손짓

방중 멜로니, 경제협력 3개년 협정 서명 이어
시진핑과도 회동…習 "伊가 건설적 역할을"
AI 협력 및 이탈리아 제품 수입 확대 등 논의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29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탈리아에 '건설적인 역할'을 요청하며 전기차·인공지능(AI) 협력과 이탈리아산 제품 수입 확대 등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건넸다.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를 겨냥한 고율 관세 부과를 추진 중인 상황에서 이탈리아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29일 관영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오후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를 만나 "경제 세계화 시대에는 글로벌 산업·공급망의 개방·협력을 견지해야만 윈윈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평화 발전의 길을 고수해왔고 지금껏 패권을 추구하지 않았으며 각국과 발전 기회를 함께 향유하기를 바란다"며 "이탈리아가 중국의 발전 이념을 이해하고 지지해 중국-EU의 대화·협력 강화와 양측 관계의 긍정적·안정적 발전 촉진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발휘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는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참여한 국가였다. 그러나 멜로니 정부는 사업이 자국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탈퇴를 선언, 중국과의 관계가 이전만 못한 상태가 됐다. 그러나 시 주석은 이날 멜로니 총리에게 전기차·AI 등 전략 산업에서의 협력을 타진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이탈리아 양국은 산업 우위가 상호 보완적이고 서로에게 기회가 되기에 응당 개방·협력을 견지해야 한다"며 "중국은 이탈리아와 함께 경제·무역·투자, 공업 제조, 과학·기술 혁신, 제3의 시장 등 전통적 협력을 업그레이드해 전기차와 AI 같은 새로운 영역의 협력을 모색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CCTV는 멜로니 총리가 "이탈리아는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과 보호주의에 반대하고, EU와 중국의 관계가 심화하면서 내실을 갖추는 데 적극적 역할을 할 용의가 있다"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멜로니 총리는 취임 후 이번에 처음으로 중국을 공식 방문했다.


이날 두 정상은 '중국과 이탈리아의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 행동계획(2024∼2027년)'을 공동 발표했다. 멜로니 총리는 전날 중국 2인자인 리창 총리와 회담하면서 중국과 협력 재개를 위한 3개년 계획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의 적극적인 움직임과 마찬가지로 이탈리아도 경제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중국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0.9%에 그쳤고 올해도 국제통화기금(IMF)은 0.7%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한편, 리 총리는 멜로니 총리에게 조선·항공·우주·신에너지·AI 분야 협력 의사를 밝히며 중국과 EU 관계 안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멜로니 총리의 방중이 중국을 둘러싸고 EU 회원국 간에 내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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