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영배 “죄송”…뒤늦은 사과 시늉으로 어물쩍 넘어갈 일 아니다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자 대금 정산 및 구매자 환불 지연 사태에 대해 모회사인 큐텐의 구영배 대표가 뒤늦게 사과했다. 구 대표는 29일 보도 자료를 통해 “피해를 입으신 고객님들과 관계되신 모든 파트너사 그리고 국민께 머리 숙여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자신이 보유한 큐텐 지분 등 사재를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 대표가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은 위메프 미정산 사태가 불거진 이달 7일 이후 처음이다. 티몬과 위메프는 이날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해 e커머스에 대한 불신이 더욱 쌓이고 있다.


구 대표는 입장문만 내놓을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판매자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판매 대금을 받지 못해 도산 위기에 몰린 6만여 입점 업체들과 소비자들의 고통과 두려움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구 대표가 고객 피해 규모를 500억 원 내외로 추산한 것도 무책임하다. 금융 당국은 판매 대금 미정산 금액만 5월에 1700억 원, 6~7월을 합하면 3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갈수록 피해 규모는 더 불어날 것이다. 구 대표는 29.4%의 지분을 보유한 핵심 물류 계열사인 큐익스프레스 최고경영자(CEO)에서 최근 사퇴해 꼬리 자르기가 아니냐는 의혹도 사고 있다. 뒤늦은 사과 시늉으로 어물쩍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정부는 피해 기업 지원을 위해 5600억 원을 조달하고 대출·보증 만기와 종합소득세·부가가치세 납부 기한을 연장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여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결제와 판매 대금 정산의 시차를 최장 2개월이나 두는 전자상거래의 불합리한 행태 등을 수술해야 한다. 온라인 유통 업체들이 판매 대금을 조속히 정산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또 구 대표에 대해 엄중하게 사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 대금이 무리한 사업 확장 등 다른 용도로 쓰였다면 횡령·배임 혐의도 적용할 수 있다. 자금 부족으로 판매 대금 지급이 어려운 데도 입점 업체들과 계약해 상품을 팔았다면 사기에 해당된다. 검찰의 엄정한 수사로 유사 사태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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