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니가타현 '사도 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 일본 진보 언론이 일본 정부를 향해 “한반도 출신자들이 겪은 고난의 역사를 진지하게 마주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진보 성향 주요 언론인 아사히신문은 30일 게재한 '빛도 그림자도 전하는 유산으로' 제하 사설에서 일본 정부를 향해 "외부에서 들을 것도 없이 자신이 주체적으로 역사와 마주하는 것이 당연한 자세"라며 "애초 일본 측이 한반도 출신자 고난 역사와 진지하게 마주했다면 이렇게까지 사태가 복잡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본은 한국도 위원국으로 포함된 세계유산위원회가 지난 27일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자 이튿날인 28일 한국이 요구한 '전체 역사 반영' 조치로 광산 인근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조선인 노동자 관련 전시실을 마련해 공개했다.
전시실에는 1940∼1945년에 조선인 노동자 1519명이 사도 광산에서 근무했으며 그들은 일본인보다 암반 뚫기 등 위험한 작업에 종사한 비율이 높았다는 설명문이 게시됐다. 또 당시 조선총독부 관여로 노동자 모집, 징용 등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를 놓고 '강제성'을 명시하지 않은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사히는 "강제노동인지 아닌지 일본과 한국 사이에서 견해가 엇갈리는 가운데 '강제' 표현을 피하면서 (조선인이) 가혹한 노동환경에 있었음을 현지에서 전시한 것은 양국 정부가 대화로 타협한 산물"이라면서도 "(조선인 노동이) 직시해야 할 사실이라는 점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역사는 국가의 독점물도, 빛으로만 채색된 것도 아니다"라며 "그늘진 부분도 포함해 전체를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유산 가치를 높인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다른 진보 성향 언론인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사도 광산 관련 기사에서 일본이 사도 광산 등재 과정에서 한국 동의를 얻어내며 '연착륙'에 성공한 데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셔틀 외교' 재개 등으로 구축한 개인적 신뢰 관계, 그에 따른 한일관계 개선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한국 측에 '협력 안건으로 진행해 보자'라고 하며 협의해 왔다"며 "한국도 냉정하게 '해보자'고 하는 자세를 보였다"고 마이니치에 말했다.
이 신문은 "(협의에서) 중시한 것이 정치색을 억제한 '실무적 대화'였다"는 간부 발언을 소개하고 "(양국이) 정상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것은 지지율이 낮은 기시다 총리, 윤 대통령이 직접 비판에 직면하는 것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마이니치는 별도 사설에서 양국이 사도 광산 등재 과정에서 대화의 중요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하면서 "대화를 거듭해 안정된 관계를 만드는 노력을 지속해야만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