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 銀 허미미 "다음엔 金 딸 수 있을 것 같아요"[올림픽]

조모 유언 한마디에 국적 바꿔
"4년 뒤엔 꼭 애국가 부르겠다"

30일 파리 올림픽 여자 유도 은메달을 딴 뒤 메달을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는 허미미. 파리=성형주 기자

“한국 국가대표로 선수 생활을 하기를 바란다.” 2021년 할머니가 남긴 유언 한마디에 재일동포 허미미(22·경북체육회)는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이듬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리고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급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침체됐던 ‘한국 여자 유도’에 8년 만에 찾아온 올림픽 메달이었다.


30일(한국 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여자 57㎏급. 세계 랭킹 3위 허미미는 세계 1위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와의 결승전에서 아깝게 반칙패했다. 정규 시간(4분) 2개의 지도를 받았던 허미미는 연장전에서 석연치 않은 ‘위장 공격’ 판정을 받고 지도 3개로 금메달을 놓쳤다.


허미미의 은메달은 한국 유도가 파리 올림픽에서 처음 수확한 메달이다. 앞서 치러진 남녀 4개 체급에서는 메달이 나오지 않았다. 한국 여자 유도의 올림픽 메달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48㎏급 정보경(은메달) 이후 8년 만이다.


독립운동가 허석(1857~1920) 선생의 5대손인 허미미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랐다. 유도 선수였던 아버지를 따라서 도복을 입었고 주니어 시절 일본에서 주목받는 유망주였다. 명문 와세다대 스포츠과학부에 진학하는 등 탄탄대로를 달리던 그는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한국행을 택했다.


경기 후 허미미는 “애국가를 연습했는데 못 불러서 아쉽다. 다음 올림픽에서는 꼭 부르고 싶다”며 “(할머니에게) 오늘까지 유도 열심히 했고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4년 뒤에는) 나이를 먹었을 테니까 체력이 더 좋을 것 같다. 다음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꼭 딸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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