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수요일] 절경

문무학






능성1길 그 골목을 유모차로 가는 할머니


“안녕하세요.”


인사하면 볼 주름 깊게 파서


“누궁고, 모리겠는데 인사해죠, 고맙소.”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어느 국립공원을 가도 보기 힘든 풍경이다. 단체 할인, 경로 할인, 학생 할인도 필요 없다. 경차 할인, 무료 주차도 필요 없다. ‘안녕하세요.’ 한 마디에 열리는 마음의 절경. 두 뺨이 복숭아처럼 붉은 시절도 있었으리라. 머루 같은 눈망울로 아득한 별빛 너머까지 보이고, 바늘귀가 동굴 같던 시절도 있었으리라. 첩첩 패는 볼 주름 사이로 격랑이 흘러도 갔으리라. 누구라서 반가운 게 아니고, 누구든 반가운 유모차 전망대에 오르셨다. 황소, 젖소 키우려면 외양간 지어야 하지만, 고맙소는 고삐도 필요 없다. 쪼그라들어도 붉은 입술 안에.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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