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 4법’ 중 마지막인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 개정안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해 정국 파행을 심화시켰다. 민주당은 이에 앞서 26일부터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결시키며 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 등을 잇따라 강행 통과시켰다. 이 법안들은 방송통신위원회 의결정족수 기준을 늘리고 공영방송인 KBS·MBC·EBS 이사 수를 대폭 늘리는 내용 등을 담았다. 모두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를 저지해 문재인 정부 당시 확보한 기득권을 지키려는 꼼수에서 비롯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음을 뻔히 알면서도 야당이 무리수를 두는 것은 MBC 경영진 교체를 최대한 늦추면서 대통령의 탄핵 사유를 늘리려는 의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과 이재명 전 대표의 공약인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지급 특별법)도 다음 달 1일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할 방침이다. 재발의된 노란봉투법은 파업 노동자 개인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는 등 기존 법안보다 개악된 내용을 담았다.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을 시행하려면 12조~18조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정부로서는 이 같은 포퓰리즘 법안들을 수용하기 어려운 만큼 ‘야당의 법안 처리 방침-여당의 필리버스터-야당의 강행 처리-대통령 거부권-재표결’의 소모적 정쟁이 쳇바퀴처럼 되풀이될 것으로 우려된다.
여야가 무한 정쟁을 벌이는 사이 내수 부진 등으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0.2% 감소했다. 그럼에도 거대 야당은 기업 때리기 법안들로 고용·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여당은 무기력하게 끌려다니면서 K칩스법 등 경제 살리기 입법은 전혀 진전 없이 표류하고 있다. 민주당은 입법·탄핵 폭주를 멈추고 수권 정당의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특히 입법 강행-거부권 행사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려면 압도적 의석을 갖고 입법 권력을 장악한 거대 야당부터 달라져야 한다. 여당도 정치력을 발휘해 야당을 설득함으로써 경제·민생 살리기를 위한 협치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