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추진에도 사퇴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그간 야권 주도로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안이 발의됐고 방통위원장이 물러나는 일이 반복됐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고 민주당 탄핵으로 인한 방통위 업무 마비가 국민 피해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리겠다는 의도다.
31일 여권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야권이 탄핵에 나서더라도 사퇴하지 않고 헌법재판소의 법적 판단을 받기로 했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민주당의 탄핵 추진이 부당함에도 그간 위원장들이 물러났던 건 방통위 마비를 막기 위해 희생했던 것"이라며 “탄핵으로 물러나면 도망갔다는 인식을 주는 문제도 있다”고 했다. 전임자인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은 탄핵안 표결 전 자진 사퇴했다.
야당의 방통위 수장 탄핵과 자진 사퇴 악순환을 끊자는 취지도 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은 "국민이 민주당의 탄핵 남발을 인식할 수 있게 헌법재판소 심판을 받아보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위원장이 취임 직후 내달 12일까지 임기인 MBC의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진 선임을 의결한 뒤 물러나면 당장 시급한 문제는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을 두고 즉각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30일 “윤석열 정권의 방송 장악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며 "윤 정권의 방통위원장 인재 풀이 고갈 날 때까지 할 수밖에 없다"고 압박했다.
이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은 이 신임 위원장 임명을 재가했고 이 위원장은 정부과천청사에 출근했다.